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인 코믹 공포영화 '롤러코스터'는 영화 속의 영화인 '육두문자맨'의 흥행으로 스타가 된 주인공이 일본 활동 중에 불거진 스캔들 때문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별난 스토리가 전개된다. 기내에는 탑승객이나 승무원이나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비즈니스석에 앉은 대기업 회장과 여비서, 그리고 스님과 영화배우의 설정부터가 생뚱맞다.
주인공에게 해괴한 사인을 요구하는 여성과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해달라는 꼬마, 승무원들에게 턱없는 것을 요구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승객도 있다. 회장은 승무원을 막 대하고 비서는 사무장의 따귀를 사정없이 올려붙인다. 기장은 팔뚝에 문신이 있고, 화사한 웃음 이면에 가려진 승무원의 입담도 보통이 아니다.
비행기마저 몇 번이고 착륙에 실패하고 연료까지 떨어져 가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는데, 그 와중에도 다혈질의 주인공은 일본인 여승무원에게 명함을 달라며 계속 수작을 건다. 비행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나,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격한 감정의 기복을 보면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롤러코스터'인지 이해할만하다.
실제 항공기 안에서도 이 같은 영화 속의 장면들이 종종 현실화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에서 벌어진 이른바 '땅콩 리턴'이 그렇고, 지난해 미국행 기내에서 일어난 '라면 상무' 사건이 그렇다. 대기업 임원이 라면이 덜 익었다고 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것이나, 유명 아웃도어 업체 회장이 자신의 지각으로 예약한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했는데도 신문지로 항공사 직원을 가격한 것이나 오십보백보이다.
부산의 이름있는 기업체 회장도 수년 전 서울행 비행기에서 음주난동을 일으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 밖에도 성추행이나 폭언 등 기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은 비일비재하다. 그 사이 비행기는 정상 운행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일반 승객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땅콩 리턴' 사건을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차라리 (북한의) 고려항공이 낫겠다"고 했고, 일본 방송에서는 풍자만화까지 등장했다. 주인공인 여성 부사장은 월드 스타(?)가 되었고, 대한항공은 국제 망신을 당했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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