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퇴치 재원 마련에 쓰는 '크리스마스 실'(Christmas seal)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정부기관 및 공공단체에 실을 할당 판매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인 결핵예방법의 '모금 협조 의무 조항'을 삭제한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이를 알게 된 정부기관과 공공단체 등은 벌써 실 구매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결핵협회는 지난 62년간 '모금 협조 의무 조항'을 근거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마다 실을 할당 판매했다. 실제로 매년 판매액의 80% 이상이 정부기관, 학교를 비롯한 공공단체의 구매분이었다.
크리스마스 실은 오랫동안 연하장이나 성탄카드의 우표 옆에 항상 따라붙을 정도로 국민의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손 편지를 쓰는 사람이 줄면서 쓰임새가 줄고, 학생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실 판매 방식이 '사실상 강매'라는 불만이 고조됐다.
이런 영향 탓에 실 판매액은 ▷2011년 50억원 ▷2012년 43억원 ▷지난해 39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특히 지난 6년간 판매액은 목표액을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모금 협조 의무는 내년부터 없어지는데도 연말을 맞아 정부기관 등에 구매 협조를 요청하면 구매를 기피하는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송하만 대한결핵협회 홍보과장은 "모금 협조 의무 조항이 내년부터 폐지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관계자들은 '이젠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단체 구매를 꺼리고 있다. 기업, 종교단체 등으로 판로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실 판매를 통한 모금액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실 모금액이 줄면 중'고생 결핵 검진, 난치성 결핵 환자 지원 등 협회가 진행 중인 대부분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결핵협회는 모금 협조 의무 조항 삭제 대신 '모금을 할 수 있다'는 형태로 법률안을 변경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협회는 또 어린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실, 모바일 실 등 상품을 다양화해 온라인, 우체국 등을 통한 판촉 전략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현진 대한결핵협회 대구지부 과장은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아 아직은 국내에서 결핵을 안심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 실을 기능적인 면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선행으로 여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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