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집 나오면 '주차고생'

주차장 '거북이' 차량수는 '날개'…끊임없는 불법 주·정차 유혹

11일 오후 대구 동산네거리~신남네거리 도로에 트럭과 승용차 등이 불법 주차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동산네거리~신남네거리 도로에 트럭과 승용차 등이 불법 주차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차를 몰고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주차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차는 많고, 차를 댈 공간은 적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주말과 휴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학교, 예식장, 상가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그야말로 '주차 지옥'이 된다. 덩달아 주변도 불법 주'정차 차들이 넘쳐난다. 막무가내로 세워둔 차들은 차량 흐름을 지체시키고, 사고 위험도 높인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주차장 확보는 늘어나는 주차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836번 버스를 타고 본 불법 주'정차

대구 시내버스 836번 노선은 대구의 시내버스 가운데 올해 9월 기준으로 한 달 이용자 수(54만2천여 명)가 가장 많다. 이 노선은 동구 반야월에서 달성군 논공까지 28대의 버스가 78.4㎞(승강장 179곳)를 운행한다. 이 버스는 서문시장과 관문시장 등 전통시장을 비롯해 대형마트처럼 교통수요가 많은 곳을 지난다. 이 외에도 대학과 관공서, 체육시설, 공원, 병원 등을 거쳐 간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 실태를 살피기에 안성맞춤.

이달 5일 오후 1시 13분 동구 신암동 도시철도 아양교역 1번 출구 앞 승강장에서 836번 버스를 탔다. 달서구 서부정류장까지 약 1시간 동안 둘러봤다. 오후 1시 15분 동서시장 앞을 지날 때 물건 내리는 화물차가 버스를 멈추게 했다. 이후 북구 산격중학교~산격4동 주민센터 구간 도로는 인도 공사 때문에 도로까지 차가 세워져 있었다. 작업을 하는 굴착기와 상점을 이용하는 차들이 1개 차로를 막았고, 음식점 앞 도로에는 배달용 오토바이가 3~5대씩 세워져 있었다.

1시 44분 중구 동산네거리~신남네거리 도로는 버스가 승강장이 있는 가장자리 차로에 접근하기 불가능할 만큼 주'정차한 차로 넘쳐났다. 이곳은 서문시장과 계성초'중'고교가 있다. 이 때문에 학원 승합차와 자전거, 배달 오토바이, 화물차 등이 3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차지했다. 거기다 하교하는 아이를 태우러 온 학부모 차까지 가세해 정체를 부추겼다.

1시 59분 달서구 구남정보고~성남시장네거리 도로는 30여 대의 차가 일렬로 세워져 있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는 간판업체와 페인트 판매점, 식당 등 각종 상점이 주차난을 일으켰다.

836번 버스는 이날 주'정차한 차들 때문에 승강장과 가까운 가장자리 차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이를 피해 승'하차하느라 지그재그 운행을 해야 했다.

◆속 터지는 예식장과 나 홀로 아파트

주말과 휴일이 되면 대구의 예식장 주변 곳곳이 한바탕 주차 전쟁을 치른다. 동구 검사동 R예식장 앞 도로는 주말마다 차들이 몰려든다. 건물 맞은편 공터에 주차장이 있지만 모든 차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도로 가장자리 차로는 불법 주'정차 차가 독차지한다. 차들은 인근 도시철도 동촌역과 골목길까지 파고들어 주차난을 일으킨다. 특히 이 주변에는 교회와 성당이 있어서 주말과 휴일이면 더욱 혼잡하다.

주차난이 심한 이곳 예식장 맞은편에 또 다른 예식장이 들어오려 하자 주민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C웨딩업체는 R예식장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5천680㎡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예식장(3개 홀)을 지을 계획이다. 주민들은 "현재도 주말이면 주차난이 심하다. 주차장을 없애고 또 예식장을 짓게 되면 도로를 가운데 두고 2개의 예식장이 들어서게 돼 교통 혼잡은 더 심해질 것이다"며 건축 허가를 반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증축을 계획한 달서구 두류동의 B웨딩은 올해 5월 대구시로부터 교통 대책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시는 우선 건물 서쪽 주택가에 주민 주차 공간(폭 2m)을 조성하고, 대형버스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더불어 기존의 지상 1층 주차장 서쪽 대각선 부분을 주차장으로 변경하고, 주차장 남쪽의 불법'이중주차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통시장과 상가 등지에 들어선 1개 동짜리 '나 홀로 아파트'도 주차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다 합치면 몇 개 동이 되지만 주택법에 따라 법정주차 대수(가구당 1면)만 갖추면 도시교통정비촉진법상의 교통영향평가 대상(전체면적 6만㎡ 이상)에서 제외된다.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 주변에는 상가건물과 1개 동짜리 나 홀로 아파트가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M아파트에 35가구가 살고, 인근의 W아파트와 S아파트에는 각각 45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이 근처엔 동구시장과 대형마트, 초교, 상가 빌딩 등이 들어서 있어 정체와 불법 주'정차가 극심하다. 하지만, 이 구역 전체를 아우르는 교통영향평가는 없었다.

◆강력하게 단속해야

대구시는 불법 주'정차를 막고자 장비를 확충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시는 현재 10개 노선에 25대가 있는 시내버스 탑재형 감시카메라(CCTV)를 올해 말까지 1억1천만원을 들여 5대 더 추가할 계획이다. 버스전용차로 고정식 감시카메라도 현재 20대에서 2대 더 늘린다. 또 번호판을 가리거나 뒤 트렁크를 올리는 비양심 불법 주'정차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버스 탑재형 CCTV에 단속된 경우는 모두 1만8천163건에 이른다. 이는 이전 해인 2012년 1만5천60건보다 20.6%(3천103건)나 늘어난 수치고, 올해는 9월 말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보다 많은 2만1천438건이나 단속됐다. 전체 불법 주'정차 단속건수 중 시내버스 탑재형 CCTV의 비율도 2012년 3.9%에서 지난해 4.4%, 올해(9월 말 기준) 6.7%로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확보하는 데는 비용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다"며 "상권에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해 단속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지만, 엄격하게 적발하고 과중한 과태료를 물린다면 불법 주'정차가 눈에 띄게 줄 것이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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