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 상주] <하>미래 농정이 나아갈 방향은

탄탄 하드웨어에 기술 심을때…경북 농업기술원 유치 '첫 숙제'

이정백 상주시장은 지난 8~10월 각 읍면동 농업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이 시장과 농업인들이
이정백 상주시장은 지난 8~10월 각 읍면동 농업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이 시장과 농업인들이 '경북도 농업기술원은 상주로'를 함께 외치고 있다. 상주시 제공
지역 실정에 맞는 농업 인재를 양성하는 상주농업대학의 제8기 67명에 대한 수료식이 이달 2일 상주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들은 지난 3월 4일 입학해 총 160시간의 농업 인재 양성 전문교육을 받았다. 상주시 제공
지역 실정에 맞는 농업 인재를 양성하는 상주농업대학의 제8기 67명에 대한 수료식이 이달 2일 상주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들은 지난 3월 4일 입학해 총 160시간의 농업 인재 양성 전문교육을 받았다. 상주시 제공

상주의 농업 인프라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 수출, 신성장 동력인 말산업, 한발 앞선 선진농법 등 상주 농업의 미래를 열 후발주자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탄탄한 상주 농업 하드웨어에 '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만 균형 있게 갖춰지면 상주는 농업수도를 넘어 글로벌 농업도시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상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도시 상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는 농업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경북대 손재근'박규환'이상무 교수와 대구경북연구원의 석태문 박사 등은 "글로벌 농업도시로 가는 첫 소프트웨어는 바로 경북도 농업기술원의 상주 이전"이라고 했다.

◆전국 최고의 농업기술센터

상주가 경북도 농업기술원 상주 유치에 자신감을 가지는 데는 바로 농업기술센터가 한몫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대외 평가는 화려하다. 2010년 전국 150개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2011년 강소농 육성 전국 최우수 기관상, 2012년 경북도 농업기술원 다문화 분야 최우수상 등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시'군별 농업경쟁력 종합평가에서 전국 156개 시'군 중 제주특별자치도 다음으로 종합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농업수도 상주라는 명성에 걸맞게 농업기술센터가 전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농업기술센터의 고득점(?)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연구개발과 전국 최대의 농기계 임대사업장, 친환경 농업관리실, 농업 미생물 배양실, 꽃가루 은행 등이다.

올해 새로 조직된 연구개발과는 농업 분야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6차 농업 육성에 '올인'하는 부서다. 상주 농업 전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 강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른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83종류 665대의 농업기계를 비치한 농기계 임대사업장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농민들에게 연간 30여억원의 농기계 구입비 절감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15년째 운영 중인 꽃가루 은행의 경우 우수 꽃가루를 확보해 인공수분으로 배'사과'복숭아 등 과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이다. 이 역시 전국 최대 규모다.

농업 미생물 배양실은 지난해 장비 20종 36대를 대폭 확보해 미생물을 희망하는 농업인들에게 전량 보급 중이다. 토양에 가장 중요한 보석인 유산균, 고초균, 효모균, 황국균, 광합성균 등의 미생물을 연간 300t 이상 생산하고 있다.

또 친환경 농업관리실의 경우 농업의 기본인 토양 검정, 시비 처방 등의 분석을 실시하는 곳으로 연간 8천 점 이상의 토양 검정을 통해 상주 영농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토양검정정보시스템과 토양개량제도는 농민들에게 토양 공급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 남대현 소장과 손상돈 작물계장은 "상주 농업기술센터는 전국 1위와 경북 1위 타이틀을 14개나 가진 상주 명품 농특산물의 생산기술 보급 메카로 타 시'군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경북도 농업기술원까지 상주로 오면 그 시너지 효과는 경북 전체 농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왜, 농업기술원인가

전국 최고 수준의 농업 인프라,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한 선진 기술농법 등을 갖춘 상주가 글로벌 농업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한 차원 업그레이된 '기술'이 절실하다.

바로 경북도 농업기술원의 상주 이전이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은 녹색혁명, 백색혁명, IT혁명을 거치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기술보급사업을 선도하는 기관이다. 경북대 박규환 교수는 "경북 최고의 농업도시로서 대학, 시험연구소 등 농업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상주에 경북도 농업기술원을 이전시켜 경북 농업의 메카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상주시가 수년 전부터 시종일관 농업기술원의 상주 이전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주는 삼한시대 이래 1천500여 년간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이끌어왔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경북 최고의 농업도시다. 실제로 쌀, 오이, 배, 곶감, 양봉, 육계, 한우, 포도, 명주 등 14개 농특산물 생산량은 전국 1위와 경북 1위이다. 경지면적은 경북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인구 중 농업 비중이 무려 42%에 달한다. '대한민국 농업의 수도 상주'를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해둔 상태다.

경북대 상주캠퍼스와 경북잠사곤충사업장, 경북도 감 시험장, 식량과학원 상주출장소,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 등 관련 연구 인력이 풍부해 농업기술원이 이전되면 경북에 전국 최고의 농업도시가 우뚝 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편리한 교통망과 농업기술원 부지 70㏊ 확보

편리한 교통망도 이전 이유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청원 구간이 건설됐고, 상주~영천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상주와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도 계획돼 있어 고속도로망을 통해 경북도 내 어느 곳이나 1시간 만에, 수도권은 1시간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상주시는 땅값이 비싼 도청 신도시 이전 부지보다는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데다 곡창지대인 사벌면 일원의 70㏊에 달하는 농업기술원 부지를 확보, 농업기술원 이전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역자치단체의 농업기술원이 도청 소재지보다는 농업도시에 설립돼 있다는 점도 경북도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광역자치단체 농업기술원 중 충남은 홍성, 전남은 무안, 경기는 화성, 충북은 청원, 전북은 익산, 경남은 진주, 강원은 춘천, 제주는 서귀포에 위치해 있다.

정하록 상주 슬로시티 주민협의회 위원장은 "경북 북부지역의 균형 발전과 도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도청은 안동'예천에, 농업기술원은 상주로 분리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농업기술원 상주 이전을 위한 자발적인 유치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시민단체 대표, 교수, 농업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유치추진위원회가 경북도 및 도의회 방문, 출향인사와의 공감대 형성, 하나 된 시민 여론 결집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주시도 농업기술원 상주 이전을 위한 대외 협력체제를 구축, 유치 전략을 세우는 한편 각 분야별 실무지원단도 구성했다. 또 지역 경제계와 정계, 교육계, 각급 단체 등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국립한복진흥원 유치 확정

상주가 6차 산업의 소재인 전통양잠업의 메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전통문화 브랜드 육성 전략인 '한(韓) 스타일' 브랜드화 6대 사업인 한옥'한식'한지'한글'한국음악'한복 가운데 다섯 가지 사업은 대구'경북이 제외되고 서울과 전라도에 배정됐지만 한복만큼은 국내 최고의 한복 소재인 전통명주로 유명한 상주 함창 교촌리 일대에 들어선다.

경북도는 한복진흥원 설립을 위해 2015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로 국비 10억원을 확보했으며, 국비'지방비 250억원을 투입하여 2017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한복진흥원 건립 예정지인 함창 명주테마파크는 누에 사육에서 명주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조성한 곳으로, 명주박물관과 경상북도 잠사곤충사업장이 함께 입주해 있다.

3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전통 명주 옷감을 생산하고 있는 허호(57'허씨비단 대표) 씨는 지난해 6월 섬유 분야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다. 함창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 회원 22명은 지난해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 최고 기록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경북도가 발표한 억대 경북 양잠농가 12명 중 절반인 6명이 이곳 상주 함창명주 농가들이 차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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