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경북이 불안하다. 전국에서 소방차 출동 시간이 가장 더딘 것으로 확인된 경북도내 각 소방서의 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지경이며, 화재 진압이나 구조현장 출동 중에 소방'구급차가 고장으로 서는 일까지 매년 10차례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불을 꺼야 할 소방차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안동소방서의 소형펌프차는 올 한 해 화재진압 출동 중 2차례나 중간에 멈춰 섰다. 지난 2월 2일에 섰고, 5월 3일에도 차가 퍼져버렸다.
올 상반기에만 경북도내에서 화재'구조 출동 중 소방'구급차가 멈춰 선 사례가 7건이나 된다. 1, 2분을 다투는 긴박한 순간에 소방'구급차가 멈추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잇따른 것이다.
경북의 소방'구급차가 출동 중 '퍼진' 사례는 지난해에도 9건이나 발생했다. 소방차가 5차례, 구급차가 4차례였다.
경북도의회에 제출된 행정사무 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북의 소방차 등 소방구조장비의 노후화는 지역민들의 안전을 실제 위협하고 있었다.
2차례나 길바닥에서 멈춰 선 안동소방서의 소형펌프차는 2001년도에 구입한 것이다. 내구성이 다하는 '내용연수'는 규정상 10년인데 벌써 3년을 초과해 차를 굴리고 있다.
내용연수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계속 사용 중인 '장수' 소방차는 도내에서 셀 수 없을 정도다. 포항 북부소방서의 굴절 사다리차는 1997년 구입해 20년이 다 돼 간다. 내용연수는 12년으로 2009년 사용이 끝났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울진소방서의 굴절 사다리차는 1996년 샀는데 내용연수(12년)를 벌써 6년 이상 초과해 쓰고 있다. 도내 최고령인 19년차 소방차다.
경북도내 소방차량 748대 중 129대가 내용연수를 초과한 '노후차량'이다. 노후율이 17%를 넘어선다. 10대 중 2대는 언제든지 출동 중 길바닥에서 덜컥 설지 모른다는 우려를 안고 달리고 있는 것이다.
산불진압 등에서 필수 장비인 경북 소방헬기도 지난해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소방헬기에 다는 산불진압용 물탱크가 고장 난 것이다. 1995년 구입한 것으로 그 전해 경북소방본부가 "반드시 교체가 필요하다"며 교체비 9억원 반영을 요구했지만 경북도는 단 한 푼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고 결국 고장이 났다. 지난해 추경에 비용을 반영해 구입했지만 미국에서 물건이 오기까지 3개월 동안 경북 소방헬기는 물탱크 없이 지냈다. 소방본부 측은 한여름에 고장 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와 관련, 경북도의회 황이주(울진) 도의원은 이달 11일 도의회 본회의 도정 질문을 통해 "소방헬기 물탱크가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는데도 예산 배정을 하지 않는 등 도민의 안전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도청 신청사 예술작품 구입을 한다며 여러 부서에 각각 수억원씩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경북도의 행정이 곁길로 새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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