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마트 휴업, 규제만 볼 게 아니라 취지도 살피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12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월 2회 의무 휴업일 실시 등으로 인한 골목상권 보호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지자체가 상고를 포기하거나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연쇄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전국 69개 지자체가 조례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데 대형마트들이 이에 반발해 서울'청주 등에서 8건의 유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의 실효성 여부와 소비자 선택권, 대형마트의 범위와 기준의 법률적 해석 등 현실에 좀 더 초점을 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에 따른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경제일간지가 서울 전통시장 276곳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영업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시장의 25%가 문을 닫았거나 일부 점포만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제한으로 중소 마트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으나 전통시장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법원이 점원의 구매 편의 제공 여부나 면적 기준 등 대형마트의 범위 문제에 집중해 영업 규제가 내포하고 있는 공익성 자체를 도외시한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시민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사안의 결말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대형마트의 영업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대형마트를 죽이고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잘 감안해야 한다. 서로 상생하자는 취지다.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공익성의 상관관계 등을 좀 더 철저히 따져보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냉철한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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