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죽음이 던지는 말

검찰로부터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을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최모 경위가 자살을 택했다.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검찰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수사과정에서 어떠한 강압행위나 위법한 일은 없었다"고 발을 뺐다.

최 경위의 죽음을 대하는 검찰의 반응은 늘 그렇듯 익숙하다.

유족들이 검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것도 여느 사건과 마찬가지다. 최 경위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14장의 유서를 남겼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뒤집어쓴 데 대한 억울함과, 함께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됐던 동료 경찰에 대한 위로의 글이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최 경위의 형은 "동생이 얼마 전 전화에서 (검찰 수사는)'퍼즐 맞추기'라고 했다"며 "자기네가 한 일이 아닌데 누명을 뒤집어씌우니까 죽음으로 간 것"이라고 못박았다. 마지막 통화에선 "(검찰이 청구한)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법원 영장 전담 판사는 "범죄혐의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대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사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한 기각 사유는 사뭇 다르다. 법원은 두 경찰관이 받고 있는 범죄혐의가 과연 인신을 구속할 요건이 되는지에 주목했다. 영장이 기각돼 검찰의 손에서 풀려난 최 경위는 검찰이 재영장 청구를 고민하는 사이 '억울하다'며 죽음의 길을 갔다.

자살이 개인의 일탈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죽어야 할 이유보다는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자살이란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지만 자살은 그 사회가 속한 부조리와 고통의 산물이기도 하다. 삶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 우리 사회가 이를 보듬어주기는커녕 도리어 죽음으로 내몬다면 이는 자살이 아닌 살인이나 다를 바 없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된 최 경위의 죽음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

최 경위는 죽음으로라도 진실을 알리고자 했었을 텐데 검찰에 따르면 최 경위는 죽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국민들은 어느 편에 설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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