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서관 예산 17% 삭감, 책장 덮으라는 대구시

도서 구입비 2,600만원↓…시설 개보수비도 반토막

대구시가 미래 인재를 키울 도서관 인프라 구축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와 시교육청은 대구 중앙도서관 등 내년 9개 시립도서관의 운영비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였다. 내년 대구 시립도서관 운영 예산(인건비 제외)은 77억3천900만원이다. 2012년 103억6천200만원과 비교하면 26억여원이나 적은 액수다.

◆대구 9개 시립도서관 내년 운영에 '빨간불'

대구의 9개 시립도서관 운영비는 대구시와 시립도서관을 위탁'운영하는 시교육청이 분담해서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시교육청 모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도서관 운영비를 매년 줄이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 도서관 운영비 예산을 올해보다 5.6% 깎아버렸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매년 10억원 이상 운영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 시립도서관들의 내년도 운영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서 구입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달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서관은 최저가 입찰경쟁을 통해 정가보다 20~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도서를 구매해 왔다. 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라 도서관도 이젠 최대 10%의 가격할인만 받게 됐다. 같은 양의 도서를 구입하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도서관의 이런 사정과 달리 대구 9개 시립도서관의 내년 도서구입비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2천600만원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9개 시립도서관에서 내년에 살 수 있는 도서 수는 올해보다 4만여 권 줄어든 10만여 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립도서관 안전도 걱정이다. 내년 시립도서관 시설 개보수 예산은 3억9천만원으로 올해 8억7천만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시교육청은 도서관 시설 개보수 관련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대구시는 절반으로 줄였다. 대구시는 내년엔 두류도서관 1곳만 내진보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현재 두류도서관을 포함해 중앙'동부'서부'수성도서관 등 5개 도서관은 노후화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내진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도서관 관련 프로그램 '올 스톱'

시민들의 도서관 접근성 확대를 위해 애초 계획했던 무선인식(RFID) 도서관리 시스템 확대 설치사업도 관련 예산 삭감으로 물거품이 됐다. RFID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든 도서관 자료를 대출'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구 시립도서관의 경우 현재 중앙도서관 1곳만 RFID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 시립도서관은 이번 계획이 무산되면서 RFID 시스템 도입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영유아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북스타트'와 '차량 이동문고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중단된다. 지난 2007년 대구에서 시작된 '북스타트'는 매년 평균 17만 꾸러미가 배부될 만큼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었지만, 대구시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교육청마저 관련 예산 지원을 끊어버렸다. 도서관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해 운영되던 이동문고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까지만 운영된다.

이처럼 대구의 도서관 인프라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지만 대구시와 시교육청은 도서관 운영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급급하다.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관계자는 "도서관법에 나와 있듯 도서관 업무는 어디까지나 대구시의 몫"이라며 "교육청 입장에서는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도서관 사업을 다른 교육사업보다 후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평생교육계 천문필 담당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사업이 우선 진행되다 보니 도서관 등 문화 인프라 구축 예산은 줄어든 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이달 대표도서관 건립 타당성 용역이 시작되는 등 도서관 지원책 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획취재팀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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