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고교, 평준화 후유증…고학년 우수 학생 타지 유출

원치 않는 학교 배정 불안 경주·김천 등 명문고 진학

포항시 남구의 한 고등학교 등굣길. 포항지역 고등학교가 2년 동안 정원 미달 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우수학생들의 외부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의 한 고등학교 등굣길. 포항지역 고등학교가 2년 동안 정원 미달 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우수학생들의 외부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신동우 기자

포항의 미래가 위기다. 지역의 내일을 책임질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미래다'라는 뻔한 캐치프레이즈를 꺼내 들지 않아도, 학생 수의 감소는 단순히 교육계를 떠나 포항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포항 교육계를 되살릴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줄어드는 학생들

교육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포항지역 학교 및 정원 수(특수학교 제외)는 초등학교 65곳'2만7천196명, 중학교 34곳'1만8천397명, 고등학교 27곳'1만9천8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초등학교 748명, 중학교 835명, 고등학교 936명이 줄어든 수치이다.

최근 출산율 저하 등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학생 수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포항지역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과는 다소 다르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의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는 점이다.

인근 경주의 경우 같은 기간 초등학생은 지난해 1만3천47명에서 올해 1만2천520명으로 527명이, 중학생은 지난해 8천871명에서 올해 8천306명으로 565명이 감소한 반면, 고등학생은 지난해 9천852명에서 올해 9천584명으로 고작 268명이 줄었을 뿐이다.

구미'안동 등 경북지역 타 도시의 경우도 고학년군의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경주의 학생 변화 추이는 무척 이례적인 현상이다.(표 참조)

◆평준화가 원인?

"이제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는 나이의 학생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좋은 학교 찾아가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포항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통계는 내보지 않았지만, 포항지역 학생들이 영양여고나 경주고, 김천고 등 외부로 진학하는 사례가 많다. 지금 제도로서는 외부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귀띔했다. 평준화 제도가 시행된 후 몇몇 특성화 고교를 제외하고는 우수 학생들이 포항지역 고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푸념이다.

앞서 경북도교육청은 2008년부터 포항지역에 고교 평준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도 포항은 고교 평준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경북지역 유일 도시이다.

◆흔들리는 교육 일번지

교육 기회균등이라는 평준화 제도의 취지가 항상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 과거 교육 명가로 불렸던 학교들의 학생 수 감소는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수준이다.

비평준화 시기 가장 성적 수준이 높았던 포항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2010년 1천26명이었던 학생 수는 2011년 1천15명에서 2012년 984명, 2013년 962명, 2014년 932명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자립형 사립고인 포항제철고등학교는 2010년 1천382명, 2011년 1천374명, 2012년 1천363명, 2013년 1천388명, 2014년 1천372명 등 대부분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포항고 관계자는 "비평준화 시기만 해도 전 학생의 40% 정도가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적도 있었다"면서 "이제 높은 성적과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자립형 사립고나 타지역의 명문고를 찾지 일부러 포항고를 선택하는 경우는 없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교육 차별화 해법을 찾아라

처음 포항지역이 평준화를 도입하기 전에는 학교 간의 입시과열 경쟁으로 평준화를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시 명문고였던 포항고나 포항여고 등에 학생들이 대거 몰려 탈락하고,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인근 타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급기야 지금과 같은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상위권 학생이 포항지역 외에 타 도시에 가지 않고도 포항에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면서, 타지역의 중학교 학생들이 교육도시인 포항지역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덕 교육계의 정책도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덕군은 2007년부터 영덕군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성적 우수학생들에 대해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영덕지역에서는 우수학생들이 보다 좋은 조건의 학군을 찾기 위해 포항과 안동 등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역 학생들의 외지 유출을 막고, 우수 학생들을 지원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영덕군만의 특단인 셈이다. 장학금은 중학생 성적의 상위 10% 학생들이 영덕지역 고교로 진학할 경우 지급되며 이 성적을 고교에서도 유지할 경우 계속 지급된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8명에 3천160만원이 지원되던 장학금 내역은 2008년 67명'4천424만원, 2009년 89명'8천104만원, 2010년 128명'1억4천312만원, 2011년 133명'1억4천797만원, 2012년 162명'1억7천595명, 2013년 168명'2억1천378만원, 2014년 185명'2억4천616만원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단법인 경북교육연구소 안상섭 이사장은 "우수 학생을 포항에 데려오려면 지금의 제도로서는 한계가 있다. 지원을 늘리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면서 "포항에 있는 경북과학고와 자립형사립고인 포항제철고 등에 포항지역 중학교 입학 배정을 늘려야 한다. 포항시교육청의 주관으로 고교 입학을 책임지고 있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올바른 진학지도와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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