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디자인(calligraphy)이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인기를 끌며 사랑받고 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누구나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문 디자이너의 전유물이던 손글씨 디자인이 최근 일반인의 취미 활동으로 퍼지고 있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유행이 맞물려 생겨난 새로운 문화 트렌드이다.
올해 5월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간 대학생 권가은(23) 씨는 1학년 학급의 학생 38명에게 손글씨 디자인으로 꾸민 편지를 써줬다. 그는 예쁜 종이에다 붓펜 등 각종 필기구로 '차세대 PD 파이팅' 등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썼고, 내용에 따라 하트 모양과 웃는 얼굴 등을 함께 그려 넣었다. 학생들은 권 씨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줘서 고맙다.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다"며 기뻐했다. 권 씨는 "생일 등 뜻깊은 날 손글씨 디자인을 선물하면 상대방이 일반 편지보다 훨씬 좋아한다"며 "별다른 장비나 기술 없이도 나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손글씨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손글씨 작품을 소개하는 SNS 페이지 '벚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구독자가 41만5천 명을 넘었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게시물도 하루 2~5명이나 된다. 이외에도 SNS에 개인 습작을 올리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 이미현(26) 씨는 "SNS에 내 작품을 올리면 친구들이 자기도 배우고 싶다며 신기해한다"고 했다.
손글씨 디자인과 관련한 상품과 전문 작가의 강좌도 인기다. 대구 중구 한 대형서점의 문구매장에선 손글씨용 만년필과 사인펜 등 관련 상품의 월 매출이 지난해 100만~150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2배가 넘는 300만원에 이른다. 또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대구지회에 소속된 작가의 강좌는 11월 현재까지 수강생이 500여 명이나 된다. 대학 평생교육원 등 곳곳에 손글씨 강좌가 생긴 만큼 훨씬 많은 이들이 손글씨 디자인을 배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일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대구지회장은 "직접 쓴 글씨에다 제작자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 보니 손글씨 디자인을 배우려는 여성 수강생이 늘었다"고 했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음식과 셀프 카메라, 풍경 등을 사진으로 찍고 SNS에 인증하는 유행이 손글씨까지 확장됐다"며 "디지털 글씨체에 대한 반발로 아날로그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이를 직접 써 보거나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손글씨 디자인(calligraphy): 활자 디자인(typography)과 대비되는 개념. 사람이 손수 펜이나 붓 등을 이용해 글자를 예쁘게 꾸며 쓰는 일.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형상화해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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