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국립대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오인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달 21일 국립공주대교수회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총장 재선정을 요구하면서 대학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공주대는 현재 9개월 넘게 총장 공석 사태를 맞고 있다.
경북대 또한 총장 공석 장기화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교육부는 16일 경북대가 재선거까지 치러가며 선택한 총장 후보자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역시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경북대 본부와 교수회 측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내린 총장 임명 거부는 학교와 후보자 개인에게 불명예를 안기는 행정조치"라며 "총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 위에 군림하는 교육부
공주대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총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총장 후보 1, 2순위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교육부는 이유도 안 밝히고 재선정을 요구했다.
급기야 공주대 총장 후보 1순위자는 지난 9월 말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교육부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사전 통지와 의견 청취의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주대 총장 공석 사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한 것이다. 또 지난달 6일 공주대에 '총장 임용 후보자 재선정' 공문을 다시 보냈다. 공주대교수회는 "문제가 있다면 부적합 이유를 밝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임용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교육부의 재선정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방송통신대와 한국체육대 역시 교육부의 이유 없는 임명 거부로 총장 공석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교육부는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 2순위 총장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는다고 학교 측에 통보하면서 대학과 후보자에게 부적격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국체육대 또한 교육부에 총장 후보 1, 2순위자를 추천했지만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해 21개월째 총장 공석 상태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공주대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을 종용해 학내 갈등을 키우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국립대를 길들이려는 수단으로 비친다"라고 지적했다.
◆총장 공백 사태 최소화해야
총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립대들은 하나같이 각종 대학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학교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들이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
경북대 또한 현재로선 총장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 김사열(1순위)'김상동(2순위) 총장 후보자는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북대 구성원들은 총장 장기 부재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총장 공석 사태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대학 사업이 중단 또는 지연되면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든다. 또 내년 개강 이후 행정 공백이 장기화되면 추가 피해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북대 홈페이지에 '경북대학교 총장 임명 거부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졸업생 이상욱 씨는 "교육부는 한 사람의 총장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경북대학교 구성원들의 총의를 거부한 것이다. 지방대학은 까짓것 좀 밟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너무나 자존심이 상한다"며 "경북대학교 학생, 교수회협의회, 동문이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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