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BS 수능 연계 英·數 교재 쉽게…"사교육 경감 대책 안돼"

교육부가 17일 내놓은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에 대해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 서열화 문제와 입시 제도를 건드리지 않고는 사교육 경쟁이 줄어들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이날 영어'수학에 대한 사교육 부담을 낮추고자 ▷EBS 수능 연계 영어교재 어휘 개수'난이도에 대해 교과과정 수준으로 단계적 조정 ▷EBS 수학 교재의 종류와 문항 수 단계적 축소 ▷학교 영어교사 대상 심화연수 실시 ▷10명 정도의 소규모 방과후 영어학교 내실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 ▷학원비 옥외 가격 표시제 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발표되자 교육 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목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교육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교육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고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처럼 입시제도와 무관한 '교육법'만 고쳐서야 공교육이 정상화될지 의문이 든다. 여태 그래 왔듯이 이번에도 학생들은 목표 잃은 배에 탄 채 정부 정책이 변할 때마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실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영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정책실장도 "고3 학급에선 수능에 대비해 EBS 교재만 공부하고 교과서는 뒷전이다. EBS 교재도 어찌 보면 사교육의 한 방편인데 정부는 EBS 교재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라 설명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학부모단체는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는 환영할 일이지만 대책의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금 대구참교육학부모회 정책실장은 "학원 수강료를 표기한다 해서 학원비가 낮아지지 않는다. 다른 모든 상품의 정가를 표기토록 한다고 물가가 낮아지지 않는 이치와 같다"며 "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 탓에 사교육 연령이 초등학생, 유치원생으로까지 낮아진 상황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학원 단체는 교육부 대책이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준근 대구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앞으로 학원은 외국인 강사 대신 우수한 유학파 강사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학원비를 그대로 받고, 부유층 자녀는 원어민을 찾아 필리핀과 미국, 호주로 떠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의 자녀를 학교에서만 가르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입시 제도에 손대지 않는 한 학생과 학부모는 공교육 강화와 무관하게 학원을 찾을 것이다"고 했다.

대구교육청은 이 같은 지적을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점차 공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대책이 단기처방에 불과한 것은 맞지만 학교 교육이 쉬워지고 학습량이 줄어들면 사교육 부담도 장기적으로 줄 것이다"고 밝혔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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