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김동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의 임기만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상의회장 후보군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젊은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상의회장 자리에도 젊은 상공인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현재 김동구 회장은 강하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히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떠밀려 연임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천타천으로 상의회장 후보군은 많지만 본인이 고사하거나 추대에는 합의가 어려운 인물도 있어 차기 상의회장 선출은 난산을 겪을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에선 새해 들면 제22대 대구상의 회장 선출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구 회장 연임할까
대구상의 회장 선출의 변수 중 하나는 김동구 현 회장의 연임 여부다. 김 회장은 이인중 전 대구상의 회장의 적극적인 권유와 부회장단의 만장일치 추대로 상의회장에 올랐다. '젊은 피 수혈'과 '대구상의 개선'을 목표로 취임한 김 회장은 다양한 일을 추진하면서 대구상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김 회장은 상공의원 분과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미래전략분과를 신설해 젊은 상공의원들이 부담없이 지역경제를 위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또 낡은 대구상의 회관의 내부 인테리어를 손보고 사무기기를 교체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도 힘썼다. 특히 새로운 회관 건립을 위해 건립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앞장서서 6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한 번 더 회장직을 맡아 대구상의 위상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제인은 "회장 선출 다음 달인 4월 국제행사인 '세계물포럼'이 지역에서 열린다. 지역을 알리고 경제를 키울 수 있는 기회다"며 "이때 앞장서서 지역 경제를 지원할 인물로는 김 회장이 적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임에 대해 김 회장은 '절대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취임 때부터 단임만 하겠다고 마음먹었었고 그 생각은 변화가 없다"며 "내가 한 번 더 하면 지역을 발전시킬 또 다른 분의 기회를 뺏는 것이다. 단임으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자천타천 후보자군은 누구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될 경우 내년 1월 말쯤 신임 회장을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 역시 여러 후보자들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선출된 바 있다. 상의회장은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뽑히기 때문이다.
신임 회장은 현 대구상의 부회장단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회장 후보군을 압축할 수 있다. 대구상의 부회장단은 총 14명(상근부회장 제외)이다. 이 가운데 박인규 대구은행장과 류철곤 희성전자㈜ 대표는 전문경영인이어서 제외된다.
또 1951년생인 김동구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석정달 ㈜명진섬유 대표, 곽혜근 한국광유㈜ 대표, 정훈 ㈜우산 대표, 진영환 삼익THK㈜ 회장, 김신길 ㈜아세아텍 대표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상공계의 시각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젊은 상의, 젊은 지역 경제를 표방하면서 대구상의를 이끌어왔는데 연배가 높은 사람이 다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김 회장보다 나이가 어린 부회장은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 김종석 평화산업㈜ 대표, 김상태 평화발레오㈜ 대표, 손일호 경창산업㈜ 대표, 이재하 삼보모터스㈜ 대표, 한재권 서도산업㈜ 대표, 홍종윤 ㈜비에스지 대표다. 이들 가운데 김 회장이 회장을 맡았던 2012년 당시 61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나이 이하인 인물은 이재하'한재권'홍종윤 대표 등 단 3명이다.
물론 나이만으로 회장 자리를 결정할 수 없다. 대구상의 회장자리는 사실 자신의 기업보다 지역경제를 고려하고 신경 써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가 튼실해야 하고 지역으로부터 존경받는 회사와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 경제와 대구상의를 위한 애정 척도로는 '대구상의회관 건립 기금'을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금적립에 적극 참여하지 않겠느냐"며 "지역 일에 대충인 인물을 누가 회장에 추대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년과 2014년 두 번에 걸쳐 총 6억원을 내놨다. 이어 오너기업 가운데 삼보모터스, 평화산업, 삼익THK, 평화발레오, 경창산업, 대구백화점이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최근 들어 자동차와 기계부품산업이 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인 만큼 이들 업계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이 선출될 가능성도 높다.
한때 섬유산업이 호황일 때는 섬유업계 인물이 대구상의를 맡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자동차부품 업계에서는 이재하 대표와 손일호 대표, 김상태 대표, 김종석 대표가 있다. 이들은 회사 운영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어 선뜻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이재하 대표와 손일호 대표는 똑같이 상의회관 건립 기금 1억원씩을 낼 정도로 상의 활성화에 관심이 높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대구에서 드문 1세대 CEO이며, 손 대표는 가업을 이어오는 CEO이다.
진영환 삼익THK 회장은 국내 LM가이드(직선운동 자동화 장비)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위상이 높다.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해 지역을 위한 애정도도 증명됐다. 지난 21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김동구 회장과 막판까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진 회장은 비록 김동구 회장에 비해 나이가 많긴 하지만 대구상의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회관 건립 기금 1억원을 내놓고 있다.
김신길 대표 역시 나이가 김동구 회장보다 많지만 대구경북기계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품업체가 아닌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외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경우의 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회장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부회장은 "김 회장의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아 있다. 벌써부터 회장 선출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한 달여를 남겨둔 시점이 되면 부회장단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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