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비슬산 대견사 중창사업의 성공은 지자체인 달성군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이 단초가 됐다. '원형유지'라는 문화재보호법의 기본 원칙에 맞서 또 다른 차원에서의 접근 방식을 찾아내고 노력한 결과물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자체의 현명한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견사는 착공한 지 딱 1년 만인 지난 3월 1일 중창에 따른 개산식이 열렸다. 달성군은 대견사의 산문을 처음 여는 날을 일제에 항거해 독립만세를 외쳤던 3'1절로 잡아 '강제폐사'의 의미를 더했다. 원래 대견사의 칠당가람(七堂伽藍: 금당'공양간'강당'탑'종루'경장'승방)이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는 형태로 배치돼 있었다. 따라서 일제는 대견사가 대마도를 끌어들이는 형상으로 일본인의 기를 꺾는다는 이유로 강제로 폐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대견사 중창
보통 절간에서는 '절 짓는 사업은 절로 절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견사의 중창사업은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첫 단계인 건축허가 신청을 위한 산지전용허가 과정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관련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산지전용허가 서류를 3일만 늦춰 제출했더라면 허가가 어려울 뻔했다.
게다가 옛 대견사터에 대한 두 차례에 걸친 추가발굴, 시대를 달리하는 8동의 건물지의 유구 보호, 발굴유적물 보존대책, 가람 배치와 건축주 변경 문제로 문화재청과 대구시의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심의에서 3차례나 유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로 태어날 대견사의 건축은 최기영(69) 대목장이 맡았다. 우리 전통 건축계의 거목 가운데 한 명이다. 대목장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궁궐'사찰 등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감리 등을 도맡아 책임지는 목수를 일컫는 대목장(大木匠'국가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보유자는 그를 포함해 3명뿐이다.
"대들보의 경우 봉정사 극락전 보수 때는 45㎝짜리를 썼는데 대견사 대웅전에는 60㎝짜리를 썼습니다." 최 대목장은 목조건물 중에서도 전통 사찰에 특히 밝다. 영주 부석사, 정읍 내장사, 공주 마곡사, 강화 보문사 등 이름난 대찰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대견사 기공식을 마치고 곧바로 관련부서 직원, 동화사 활중'원광 스님, 군내 기관단체장 등 40명을 이끌고 대견사에 쓰일 목재를 생산하는 치목(治木'나무를 다듬고 손질함) 현장인 경기도 포천을 다녀오기도 했다. 혹시나 외국산 소나무가 국내산으로 둔갑하지나 않는지 등등 여러 궁금증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 대목장이 운영하는 치목현장에서 김 군수와 일행들은 강원도 양양의 해발 800m가 넘는 산에서 베어와 5년 이상 건조한 대견사의 대들보용 육송 목재를 몸소 대패질해보는 체험도 가져 봤다.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곳
대견사 중창은 불교계는 물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최대의 관심거리가 됐다. 개산식날 2천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대견사가 소재한 유가면의 한 주민은 1억원의 중창불사금을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大見寶宮'(대견보궁). 새로 중창된 대견사 현액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 장관과 전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의 친분으로 대견사의 현액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할 때 대견사 현액을 쓴 정 장관은 경북고(57회)와 경주 안강 출신으로, 선친에게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웠고, 글씨를 써온 지는 40년이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헌법학자이면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한중서예교류전 등에도 출품할 정도의 실력파로 경주 광산서원의 '二善堂'(이선당)이라는 현액도 그의 작품이다.
대견사에는 불상이 아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그래서 적멸보궁이다. 대견사에 봉안한 진신사리는 지난해 11월 동화사가 스리랑카 쿠루쿠데 사원에서 모시던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기증받아 이운한 것이다.
이 진신사리는 서기 103년부터 스리랑카 도와 사원에서 보관해오다 1881년부터 쿠루쿠데 사원에 모셔진 사리 4과 중 하나다. 달성군은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용연사와 함께 2곳의 적멸보궁 사찰을 가진 지자체가 됐다.
◆비슬 정기 이어받아 큰 인재 나올 것
비슬산을 두고 풍수도참이야기인 '사왕설'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비슬산의 '비슬'(琵瑟)의 한자는 각각 임금 왕(王) 자가 2개씩 모두 4개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비(琵) 자에는 견줄 비(比), 슬(瑟) 자에는 반드시 필(必) 자가 임금 왕을 떠받들고 있는데, 비(比)와 필(必)은 '틀림없이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비슬'의 정기를 이어받아 대구를 근거로 해 반드시 4명의 왕(王)이 나온다는 예언이다.
예언처럼 그동안 대구를 기반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대통령이 배출됐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비슬산이 소재한 달성군으로 볼 때 지역구를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 1명만 나왔을 뿐 아직 3명의 대통령이 더 배출될 것"이라고 했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비슬산의 '4왕설'에 대해 "앞으로 DGIST에서는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내게 될 것"이라며 또 다른 차원에서의 도참설을 해석하기도 했다.
대견사 중창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 상당수가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좋은 운이 트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김 군수의 경우 무투표로 재선에 성공했고, 동화사 주지로 대견사 불사를 맡았던 성문 스님은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현액을 쓴 정종섭 교수는 장관으로, 중창사업 담당 공무원은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했다.
대견사가 중창된 후 지역 입시생들의 수능기원 사찰로도 점차 유명세를 타고 있다. 현풍면의 포산고 교직원들은 이번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견사를 찾아가 제자들을 위한 수능법회를 가졌다. 올해 포산고에서만 서울대에 4명이 합격하는 등 달성지역 고등학교들이 이번 수능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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