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통진당 해산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한 이념적 정화(淨化)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산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통진당 소속 의원 5명(비례대표 2명 포함)은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당 소유의 재산은 몰수당한다. 또 앞으로 비슷한 이름의 새로운 정당도 창당할 수 없다. 이로써 노동당, 참여당, 통합연대가 모여 지난 2011년 12월 6일 창당했던 진보당은 창당 3년 13일,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는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통진당이나 그 동조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보의 사멸(死滅)이 아니라 새롭고 건전한 진보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우리 사회의 한 단계 더 높은 성숙을 위한 기반을 놓은 '이념적 정화'(淨化)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당 활동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다. 그러나 그 활동과 자유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면 당연히 제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보장하지만 '자유를 파괴할 자유'까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살이다. 서독 헌재가 나치당을 계승한 '사회주의제국당'과 폭력 혁명을 통한 계급국가 건설을 내건 '독일공산당'을 해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선고는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헌재는 해산 결정의 주된 이유로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고 있으며 대남혁명전략과 같다"는 점을 들었다.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통진당은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통진당은 그동안 해산 심판 공개변론을 통해 북한과의 연계성을 부인하면서 통진당 해산은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도 "진보당이 해산된다면 그것은 해산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정희 대표)이라며 똑같은 소리를 했다.

그러나 통진당이 국민에게 실제로 보여준 행태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북한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 인권 탄압에 눈감은 것은 물론 북한의 대남 적화노선을 추종해왔고 실제로 혁명조직을 결성해 내란음모를 획책했다. 이런 '헌법파괴 집단'이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바로 진보의 재정립이다. 그동안 통진당같은 사이비 진보 때문에 '종북=진보'라는 해괴한 등식이 통용돼왔다. 이는 종북이 아닌 진정한 진보의 발전을 가로막음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저해해왔다. 통진당 해산으로 그런 퇴보와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진보도 종북의 함정에서 벗어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희망의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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