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와 도로변에 넘쳐나는 불법 주'정차는 도시 교통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주차장 확보 속도를 앞질러 자동차 수가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공간과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주차공간을 늘리는 방법만으로 역부족이다. 주차공간 확보와 더불어 주차 수요를 줄이고 현재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주택가의 거주자우선주차구역
15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중구 남산동 재마루길. 남산지구대를 끼고 이어지는 너비 15m가량의 이면도로(일방통행)인 이곳 양쪽 가장자리는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이다. 도로 바닥에는 주차 구획선이 그어져 있고, 이용자를 지정하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다. 인도에 차를 세워두거나 이중주차로 통행을 방해하는 차들이 없었다. 주차선을 따라 차들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구역은 인근 거주자나 사무실 상근자가 구청의 심사를 거쳐 주차 공간을 배정받으면 월 사용료를 내고 주차를 하는 곳이다.
중구가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작한 2003년부터 줄곧 주차관리를 맡아온 김성환(57) 씨는 이날도 견인차를 몰며 재마루길을 포함해 중구 곳곳을 누볐다. 김 씨는 "10년 전만 해도 밤낮없이 부정주차 신고가 들어와 가보면 주차선에 왜 자기 차를 주차하면 안 되냐고 따지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인식이 바뀌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 부정주차를 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 도로가 깔끔해졌다"고 했다.
대구의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중구와 남구, 북구 등 주택이 밀집된 도심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구에 가장 많은 1천527면(2013년 기준)이 있고, 다음으로 북구에 389면, 남구에 235면이 있다. 중구는 지난달 초 주차장 500면 배정에 700명 가까이 지원하는 등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주민이 내는 월 주차요금은 온종일 주차는 1만5천원(남구)과 2만원(중'북구)이고, 주간 주차는 1만원(남구)과 1만5천원(중'북구), 야간 주차는 1만원 등이다. 거둬들인 주차요금은 주차장 건설과 주차시설물 유지관리 등 주차와 관련된 용도에 쓰인다. 지정받지 않은 차가 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주차장법에 따라 견인조치 된다.
권영배 중구청 주차관리담당은 "거주자우선주차제는 구역을 정해주기 때문에 이웃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외부차량의 유입을 방지해 무분별한 주'정차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내 집 주차장 갖기
16일 오전 9시쯤 동구 효목동 효동초교 인근 주택가. 이곳 골목길은 굴곡이 심하고 경사도 가팔라서 차를 몰기가 어렵다. 내리막으로 30여m 이어진 한 골목길에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고, 이 길로 접어든 한 승용차는 10여m를 후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곳 주변의 길은 너비가 3~5m로 좁아 수십 m의 공간에 차 1대만 주차해도 다른 차들은 오갈 수가 없었다.
이곳의 한 주택은 지난해 5월 '내 집 주차장 갖기'에 참여, 앞마당에 차를 2대 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 집은 구청으로부터 200만원의 지원을 받아 마당 바닥을 시멘트로 다지고 대문을 넓혔다. 이후 좁은 골목길에 주차하지 않아도 돼 이웃과 주차문제로 얼굴 붉힐 일도 사라졌다.
대구시는 주택가 주차문제를 해결하려고 '내 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택 소유자가 여유면적이나 건축법상 설치의무대수를 초과해 담장을 허물거나, 대문을 넓혀 주택 내에 주차장을 설치하면 최고 200만원까지 무상으로 지원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내 집 주차장 갖기를 통해 39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2002년부터 12년 동안 모두 734면(6억3천900만원 예산지원)의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시는 올해도 30가구에 주차장 40면(예산 6천만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주차문제 해결 나서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 '주차난 완화 및 주차문화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도심 주차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부는 지자체에 국비를 지원해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고, 폐'공가와 자투리땅 소유주에게도 주차장 조성비용을 지원해 쌈지공원주차장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현행 근린생활'상업'업무시설에 한정된 주차빌딩을 주거시설까지 허용하고, 시설개선비를 지원해 공공청사와 교회, 은행 등의 부설주차장을 야간'휴일에 개방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국토부는 상가 밀집지와 시장 등 불법 주'정차가 심각한 지역의 도로에 소통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인주차기를 운영할 방침이다. 또 전통시장에는 생계형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는 이륜차 주차구획을, 도심 관광명소 주변에는 관광버스전용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영주차장 요금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필요한 시간만큼만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요금을 세분화하려 한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주차요금 기준을 마련한다. 요일'시간대별로 요금을 나누고, 5분 이내 짧은 이용은 무료로 운영해 주차장 주변의 불법주차 줄인다는 것.
◆주차환경 개선 위한 대구시 노력
대구시는 국비 158억8천만원을 확보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317억원을 투입해 '주차환경개선 지원사업'을 벌인다. 대구가 따낸 국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액수로, 광주(77억원)와 서울(74억원), 인천(56억5천만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동촌유원지와 봉명근린공원, 와룡공원 등 6곳(전체면적 2만3천920㎡)에 747면의 주차장이 들어선다. 우선 내년에 김광석길 다시 그리기길 주차장(50면)과 비산7동 공영주차장(32면)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무료주차장 일부를 유료화하려 한다. 현재 시가 소유한 공영주차장은 233곳(1만8천101면)으로 이 중 150곳(1만514면)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무료주차를 허용하는 곳에는 장기간 주차하는 차가 많아 회전율이 떨어지고, 주민이 개인 주차장처럼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주차장 이용 효율을 높이고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자 내년 무료주차장 중 일부를 현재 주차요금 절반 수준으로 유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창화 대구시 주차계획 담당은 "주차정책의 큰 틀은 차를 소유한 사람이 자신의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마련케 하는 방향과 시내 주차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며 "더불어 무료주차장 유료화 등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주차수요 억제 정책에 대해 시민의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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