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로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숲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 그리고 숲이 가져다주는 화려한 풍광은 숲길로 이어지는 발길을 늘려주고 있다.
경북도는 이러한 추세를 감안, 도내 시군과 함께 대대적인 숲길 만들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북의 명품 숲길을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꾸며 '숲의 산업화' 속도를 더욱 키운다는 것이 경북도의 계획이다.
◆산길이 명품 숲길로
고령읍 외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령의 진산(眞山)인 주산(主山). 700여 기의 대가야 고분군을 품고 있다. 주산에서 반용사, 미숭산으로 이어지는 8㎞가량의 길은 산림과 문화가 어우러진 코스다. 4월이면 주산 정상에서 미숭산까지 이어지는 숲길에 진달래, 철쭉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대구와 합천, 가야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청금정 정자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힐 수도 있다. 청금정을 지나면 신라 애증왕 3년에 건립된 고찰 반용사를 만날 수 있다.
벚꽃이 활짝 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금산이다.
낙동강 유역 산림녹화기념 숲에서 출발해 금산 정산을 지나 금산재로 내려오는 숲길에 들어서면 고령읍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가야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경북도와 고령군은 2000년부터 5억8천7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주산, 미숭산, 금산, 성지산 등 6개 노선 47.47㎞에 걸쳐 산림휴양과 치유를 위한 명품 숲길을 만들고 있다.
예천 봉덕산. 이곳에 만들어진 생태탐방로 역시 하루 수백 명이 찾는 '명소'로 바뀌었다.
예천읍의 주산인 봉덕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소나무가 많다. 예천군은 맑은 공기를 가져다주는 소나무가 이 산에 많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봉덕산 생태탐방로 정비사업'을 했다. 예천읍 대창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유천면 손기리까지 이어지는 9.6㎞ 구간에 숲길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등산로 교차지점에 방향안내판을 설치, 이곳을 처음 찾는 등산객들이 현재의 위치와 거리,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등산객들의 시야를 가리고 통행에 불편을 주는 잡목과 풀도 없애고 훼손된 계단도 새롭게 정비했다.
평범했던 산길을 꾸미면서 아름다운 숲길로 변하자 이곳에는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찾는다.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푸는 예천권 대표 힐링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숲과 호수의 조화
안동호의 큰 물그릇을 따라 수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안동 호반나들이길'. 이곳은 안동의 새로운 명물이다.
안동호 보조호수를 입구(口) 자형으로 도는 호반나들이길은 안동시가 35억7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1976년 준공된 안동댐 주변 경치를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었지만 호반나들이길을 통해 한층 더 가까운 물 문화도시가 됐다.
월영교를 건넌 뒤 안동댐 민속 경관지와 석빙고를 출발, 보조댐~법흥교까지 모두 2㎞에 걸쳐 만들어진 1.8m 너비의 데크 산책로는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월영교는 4~10월까지 하루 3번씩 20분간 다리에서 분수가 나오는 재미난 곳이다. 이 다리는 야간이면 교각을 따라 다양한 색의 조명이 안동호와 어울려 운치 있는 곳을 만든다. 월영교 인근에는 잣나무와 전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 숲은 안동호의 맑은 물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호반나들이길은 구간별로 목교와 데크로드, 로프 난간, 육각정 등이 설치돼 걷는 것 이외의 즐거움이 있다. 야간 산책객들이 늘어나면서 가로등과 CCTV 등이 사각지대 없이 빼곡히 들어섰다. 안전한 숲길을 만든 것이다.
관광객들은 호반나들이길과 닿아 있는 민속촌 개목나루와 민속박물관, 한자마을, 안동문화관광단지 등을 산책할 수 있으며 임청각과 신세동 7층 전탑, 월영공원, 물 문화관, 공예문화전시관 등 댐 주변 관광지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김경우(31'안동 옥동) 씨는 "산책로의 경사도가 급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숲길 크게 늘린다
경북도와 도내 시군은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새로운 숲길을 냈거나 새 숲길을 계획 중이다.
안동댐 주변 호반나들이길을 지난해 완공한 데 이어 칠곡에 한티 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한티 가는 길은 지천면 연화리~동명면 득명리 일원에 조성되는 숲길로 국비와 도비 등 모두 29억원이 들어간다. 트레킹길 17.9㎞가 만들어지고 안내센터, 휴게'편의시설이 숲길 구간 곳곳에 들어선다. 내년까지 16㎞가 만들어지고 2016년에 나머지가 완공돼 숲길 조성이 마무리된다.
예천 삼강리 쌍절암구간 탐방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곧 완공될 예정이며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삼강리 일원에 걸쳐 숲길 2㎞가 조성된다. 모두 25억원이 들어가 데크가 있는 탐방로와 구름다리, 안전'편의시설 등이 만들어진다.
내년엔 포항 오어지 둘레길 공사가 시작된다. 포항 남구 오천읍 항사리 오어지 일대에 7.5㎞의 숲길을 만든다.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경주 단석산 탐방로 조성 사업도 내년에 시작된다. 내년 한 해 동안 모두 10억원을 들여 13㎞에 이르는 숲길을 만든다.
도는 산림휴양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2곳 54㎞에 이르는 숲길을 만들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숲길을 만들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숲길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내연산의 등산로를 순환하는 포항 내연산 숲길이 만들어졌고 금돌성'옥동서원 등 지역 역사문화와 생태탐방을 위한 백화산백리길(상주), 염소목과 고붓재 전설이 살아 숨쉬는 오봉산숲길(상주), 빙계계곡과 연계한 치유숲길인 산림치유숲길(의성), 참외재배하우스를 조망하며 걷는 칠선-용성간숲길(성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왕금강송숲을 따라 걷는 대왕금강송숲길(울진) 등이 조성 중이다.
경북도 권오승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경북도는 도 전체 면적의 71%인 산림자원의 가치를 산업화할 것"이라며 "2016년까지 계획 중인 대부분의 숲길 조성을 끝내겠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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