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설계도면 등 내부 기밀자료가 무차별 유출된 것은 국민 안전 및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원전반대 그룹 회장'을 자칭하는 해커 그룹은 어제 오전에도 원전부품 도면과 매뉴얼 등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들은 고리원전 1'3호기와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중단하지 않으면 공개 안 한 자료 10여만 장도 전부 공개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수원의 대응은 안이하고 모든 문제를 한수원에 맡겨두려는 정부의 태도는 더 한심하다.
한수원은 원전기밀이 유출된 사실조차 까마득히 몰랐다. 뒤늦게 이를 안 후에는 일반적인 자료일 뿐 안전을 위협할만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수원은 '자체 비밀 세부분류지침'에서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수원이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거짓 해명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해킹 그룹이 공개한 자료 외에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얼마나 흘러나갔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원전기밀 유출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소니 픽처스 해킹 사태에 대해 '심각한 안보 현안'이라며 즉각 수사에 나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린 것과 대비된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해킹 공격에 사용된 데이터 삭제용 악성 소프트웨어와 북한의 해커들이 과거에 개발했던 다른 악성 소프트웨어가 연계됐다는 등의 증거를 들어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의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이버 테러가 핵위협 못지않은 시대다. 이번 해킹 사태가 북한의 소행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급 국가보안시설인 원전관련 국가 기밀 서류가 이토록 허술히 관리되고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3'20 사이버 테러 이후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체계를 정비했다고 자랑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안보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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