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이 결정된 전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에 불복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나섰다. 시대착오적 종북을 청산하고, 진보의 새판을 짜라는 국민적 명령을 물타기 하듯 '근조 민주주의' 피켓을 들었다. 툭하면 민주적 이념을 훼손시키던 그들이 '민주주의의 죽음'을 외치다니 아이러니다. 복'불복의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헌재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모습은 자칫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보의 공멸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헌재가 민주사회에서 좀체 찾기 힘든 '정당 해산' 결정을 8대 1이라는 압도적 의견으로 용인한 것은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는 이념을 지켜가기 위한 '410일 고민'의 결정체이다. "전체주의적 통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면 민주 체제의 근본 토대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해산심판 결정문의 한 대목이 그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통진당은 생중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각목을 휘두르고, 머리끄덩이녀가 설쳤으며, 핵심 강령은 대남혁명론과 일치하거나 거의 유사했다. 지도급 인사들은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말을 예사로 했다.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변하겠다"고 방송한 이정희나 "애국가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라며 국가를 거부한 채 내란음모'선동사건에 휘말린 이석기 등이 통진당을 이끌었다. 엄청난 국고보조금을 쓰면서 지하 혁명조직 RO를 통해 '무서운 뭔가'를 꾸미기까지 했다.
이들은 해산결정에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 기대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권한이 주어졌을 때 잘 쓰지 않았기에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자유 민주주의를 헌법 정신으로,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허용 가능한 정당이 되려면 그 이념이 국가 이념과 충돌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왜? 나라의 본질은 이념이고, 그 이념을 국민들이 공유해야 애국심도 나오고 정체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제하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좌파 공산주의 이념을 받아들여서 민족 해방과 혁명을 추구하였다. 그 가운데에는 고결한 인격을 갖춘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하였다. 그것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그들이 잘못 줄 선 공산주의 이념이 틀렸기 때문이다. 문명사적 대전환이 이뤄진 20세기를 통해 공산주의는 범세계적 이데올로기가 되지 못함이 입증되었다. 소련이 망했고, "빨간 것만 빼고 다 바꾸라"는 중국마저 부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통진당은 사탕알보다 총알을 더 중시하는, 북한식 사회민주주의를 따랐다.
"이번 결정이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박한철 헌재 소장의 말에 절대다수 국민은 공감하고 있다. 자유'민주 이념에 따라 건국된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이념을 둘러싸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태를 완전히 끊어버려야 한다. 민주 사회의 틀 안에서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보장받아야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 전장으로 뛰어가는 국민이 생긴다.
언젠가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란 단체가 전국 400개 중'고교 2천500명을 대상으로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고 묻자 '참전한다'는 대답은 기껏 296명(12%)에 그쳤고 대부분 해외로 도피한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애국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란 저서에서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애국심은 나라의 이념과 역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발적 헌신에서 생겨나는 도덕적 책무감인데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건국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두 차례 나라 만들기의 큰 흐름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48년 8월 대한민국의 건국이고, 두 번째는 민주화를 가져온 '87년 체제'이다. 첫 번째 나라 만들기인 건국 이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대략 40년이 걸렸고, '87년 체제'는 이제 27년차로 접어들었다.
헌재는 레드 콤플렉스를 지닌 통진당을 해산시키고, 그 의원들의 권한도 박탈시켰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신성불가침임을 확실히 했다. 더 이상 이념에 흔들리지 말고, 진보든 보수든 모든 국민이 같은 자유민주의 품 안에서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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