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귀신 잡는 개

얘야, 동물들도 미래를 내다볼 것 같니? 아니면 당장 먹을 것만 생각할 것 같니?

옛날 전라도 화순 땅에 박씨 성을 가진 큰 부자가 살고 있었대.

이 집에서는 커다란 검정 암캐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우 영리하여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개가 저녁밥을 먹고 나면 꼭 뒤뜰을 바라보면서 밤새도록 짖어대는 거야. 어찌나 시끄럽게 짖어대는지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끊어지지 않았어.

"안 되겠군. 이제는 이 늙은 개를 없애야겠군."

그때 시집간 박 부자의 딸이 이상한 꿈을 꾸었어.

"이상하다. 친정집 개의 새끼 개가 꿈에 나타나 어미를 구해달라고 하네. 그렇지 않으면 구렁이 때문에 큰 화를 당할 것이라는데!"

딸은 얼른 친정으로 달려왔어.

그런데 어미 개는 이미 죽어 있었어.

"뭐라고?"

딸의 꿈 이야기를 들은 박 부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뒤뜰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어. 그랬더니 고목 밑 굴속에 커다란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어.

"어떻게 할까? 옳지! 뜨거운 물을 부어 구렁이를 죽여야지."

박 부자는 뜨거운 물을 굴에 들이부었어.

그런데 구렁이는 죽기는커녕 큰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와 집안사람들을 마구 해치기 시작하였어.

결국 박 부자도 구렁이에게 물려서 목숨을 잃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어.

박 부자는 죽어가면서 외쳤어.

"아, 우리 집을 지켜준 지킴이를 죽여서 그만 내가 화를 당하는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검정 암캐는 그 집안의 수호신이 아닌가 싶어. 못된 구렁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짖어대며 박 부자의 재산을 지켜준 신성한 동물이었던 것이지.

그런데 박 부자는 가볍게 생각하여 개가 짖어대는 원인을 찾아보지도 않고 그만 개를 죽이는 바람에 화를 불러오고 말았던 거야.

그래, 우리나라 민속에서는 개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저승사자까지 알아보고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짖어댄다는 이야기가 있어. 또 나쁜 악귀가 들어오면 개가 미리 알아보고 쫓아내는데, 이때는 하얀색을 가진 개가 더 영험하다고 여겨 흰 개를 선호하기도 하였대. 또 네눈박이 개도 귀신을 잘 알아본다 하여 이러한 개를 가리켜 신구(神拘)라고 했어. 신구의 모습을 그려서 벽에 걸어두기도 하고….

또 민속에는 '견불십년'(犬不十年)이라는 말도 있어. 개를 십 년 이상 키우지 말라는 말이지. 이는 동물이 사람과 오랫동안 생활을 하게 되면 정령을 갖게 되어 마침내 나중에는 사람으로 변하여 도리어 사람을 해친다는 믿음에서 온 것이야.

그러나 비단 이것은 개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동물에 다 적용되는 것으로 아마도 동물을 오래 키우게 되면 정이 들어 차마 쉽게 없애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아닌가 싶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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