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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사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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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전 '사람책'과 만났다. 당시 친한 고교 후배가 막 시작한 '우리는 508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시간에 초청받아 대학생들 앞에 사람책으로 서게 되었다. 이 후배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한 카페 홀을 빌려 대학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지역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해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강사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보통은 그 사람의 자리나 직급을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선 그 사람의 '의자'가 아니라 '향기'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사회에서 그가 얼마나 높은 사람이냐의 'What'보단 삶과 생각의 방식인 'How'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K(대구테크노파크 근무). "선배! 세상을 바꾸는 큰일은 저의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두 사람'만이라도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고 싶습니다. 그 '두 사람'이 다른 또 '두 사람'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 삶에 꽃이 피겠지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는 2.8㎞의 현수교인데, 직경 1m인 케이블은 2만7천여 개의 가는 철사를 꼬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같은 교량이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K(의사). "저는 아내와 한 아이를 둔 40대 남자이며,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우 평범한 사람인데, 단 한 가지 평범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제 인생의 핵심 단어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는데,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L(DGIST 근무). "한강에서 우연히 만난 윈드서핑협회 회장에게 강습을 받았습니다. 전 그날 20여 번은 한강물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우리 인생이 이런 모양입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 아직도 제가 바라는 소망이 유유히 바람을 타고 흘러갈 수 있을까요?"

사람도 향기가 있을까? 정민이 쓴 '한시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 송나라 휘종은 궁중에 화가들을 불러 '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라 했다. 다들 향기를 못 그려 쩔쩔매고 있었는데, 한 젊은 화가는 말 한마리가 달려가는데 그 꽁무니를 나비 떼가 뒤쫓아 가는 그림을 제출하였다. 이것을 '입상진의'(立象盡意)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남이 알아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타인들이 자신의 '말발굽 향기'를 그릴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향기가 나지 않는 사람책을 누가 오래 기억해 줄 것인가?

신경섭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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