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학제의 국제 통용성이 높아져 유학생 등 국제 인적 교류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있는 반면 도입 과정에서 큰 혼란이 예상될 뿐 아니라 도입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새 학기제의 장'단점은?
학계와 정부 등은 9월 신학기제의 장'단점을 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9월 신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제 교류 활성화와 학령인구 감소 문제 해소 ▷내수 진작 ▷12~2월의 학사 일정 공백 해결 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생자 수는 1990년 65만 명에서 2013년 43만 명으로 주는 등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외국과 새 학기 시작 시점이 비슷해져 현재 10만여 명에 머물고 있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더 늘어나 국제 인력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학령기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침체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3, 4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미국은 8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은 9월 이후 새 학기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외국 학생들이 우리나라로 유학을 올 때 입학 시기가 차이 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는 또 상대적으로 긴 여름방학 중 교원 인사를 내고 신학기를 준비하도록 하면 12~2월 학사 일정이 공백 상태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긴 여름방학 동안 교원 인사가 이뤄지고 새 학기를 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기간 학생들이 다양한 학교 밖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수 교원과 연구자, 학생 영입 등 인적 자원 교류가 강화돼 우리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9월 신학기제에 부정적인 여론은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인 혼란을 꼽고 있다. 우선 60여 년간 이어왔던 3월 학기제를 폐지하고 9월 학기제로 전환하려면 교육계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 다른 분야의 시스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위해서 기업의 채용 시기나 공무원 시험 등의 일정도 모두 수정돼야 하기 때문. 교육계 한 인사는 "9월 신학기제 도입은 '교육혁명'처럼 큰 변화를 수반하고 직접적인 피해자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혼란도 가져오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 현장에선 신중론 많아
교육 현장에서도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학입시를 앞둔 특정 학년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운 학기제가 도입되는 연도의 학생들은 동급생이 늘어 대학입시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은 "대학입시 일정이 ▷8월 수시모집 ▷11월 수능시험 ▷ 12월 정시모집으로 진행되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5월 수시모집, 7~8월 수능시험 및 정시모집 시행 등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입시 일정이 바뀌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없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새 제도 도입 초기 가을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실 등 시설을 얼마나 추가로 갖춰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임성태 장학사는 "정해진 수업 일수는 어떻게 맞출지, 각 학년별 과목 진도는 어느 정도로 조정해야 기존 제도를 운영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할 수 있을지 등 교육과정 조정 문제가 만만치 않다"며 "교육과정 재구성뿐 아니라 교원 증원과 교육 시설 증축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학제를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교육 정책을 세우려면 아이들을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유학생 유치와 이에 따른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삼아 학제를 바꾸겠다는 시각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봄방학을 줄이거나 없애고 여름방학을 늘리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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