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두라는 뜻이다. 이 말은 모든 '관계'에서 두루 쓰이지만 흔히 일심동체라고 하는 부부(夫婦) 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부부관계는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미덕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적당한 것이 좋다. 바늘과 실의 관계인 부부도 너무 거리낌 없이 가까이했다가는 난로처럼 데이는 수가 있다.
남편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속옷을 갈아입는다거나, 아내 앞이라고 해서 교양 없는 행동을 하거나 씻지 않는 등 예의에 벗어나는 짓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내는 여자로서 자신을 100% 다 보여주지 말고 조금은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게 좋겠다. 쉽지는 않지만 말투도 서로 경어를 쓰면 더욱 좋을 것이다. 노래가사도 있지만 정말 남녀 간의 사랑은 유리와도 같다. 여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깨어지기 십상이다.
꽤 오래전에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쓴 칼럼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분만실에 남편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었다. 들어가더라도 산모의 손을 잡아주는 정도는 몰라도 출산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것은, 장래의 사랑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아내한테는 사랑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남편에게 아기 분만의 적나라한 그 모습은 아내에게서 여성 고유의 신비감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자의 바람기도 여성의 신비감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지 않던가.
예전에 연애결혼 부부가 중매결혼 부부보다 오히려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보면 헤어지면 금방 죽을 것 같던 죽고 못 사는 커플이 막상 결혼해서는 파경에 이르는 것을 종종 본다. 반면, 사랑이 없는 것 같은 무덤덤한 부부가 생각보다 깨지지 않고 결혼생활을 잘 영위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사랑이든 뭐든 모자라는 것도 그렇지만 넘치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내년 봄으로 날짜가 잡혔다는 생질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이 본 코너의 원고로서는 마지막인 셈이다. 인사치레인지는 몰라도 조금 더 써주기를 요청해 왔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너무 오래 쓰면 독자들이 식상해 할뿐더러 나 또한 좀 쉬었으면 싶어서이다. 언제 기회가 또 있으리라. 이 코너를 맡았던 지난 2년간은 참으로 행복했다.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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