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한 경북]<2>상시 대기중 '자율방재단'

내 이웃 내가 지킨다…'재해 해결사' 도내 6천여 명

지난 8월 발생한 영천 괴연동 저수지 제방 붕괴 사고. 이로 인해 저수지 안에 있던 6만여t의 물이 쏟아져 내렸고 주택 수십 채와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는 영천 자율방재단 단원들이 있었다. 이처럼 경북의 자율방재단은 재난 현장에서 큰 도움의 손길이 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8월 발생한 영천 괴연동 저수지 제방 붕괴 사고. 이로 인해 저수지 안에 있던 6만여t의 물이 쏟아져 내렸고 주택 수십 채와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는 영천 자율방재단 단원들이 있었다. 이처럼 경북의 자율방재단은 재난 현장에서 큰 도움의 손길이 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8월 21일 영천 괴연동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동네 괴연저수지의 둑이 붕괴된 것이다.

폭포처럼 쏟아진 물은 주변 포도밭과 참깨밭, 논 등 농경지를 휩쓸었고 600m가량 떨어진 마을까지 밀려들어 왔다. 거센 물살에 아스팔트 도로가 유실됐고, 하류인 봉동천 둑 일부도 무너져내렸다.

일부 주민들은 농장에서 작업을 하다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자 식겁하며 동네 뒷산으로 피했다.

이날 붕괴된 괴연저수지 둑은 물넘이 수로 17m와 흙 제방 30m 등 47m에 이르렀다. 둑 붕괴로 못 밑의 괴연동'채신동 포도밭, 들깨밭, 벼논 등도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괴연동 마을 안길 30여m의 아스팔트도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둑이 무너진 이후 이뤄진 복구작업. 주축은 경상북도와 영천시 공무원, 인근 군부대 군인들이었지만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사고 직후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자율방재단 60여 명이다. 60여 명의 영천 자율방재단은 저수지 붕괴 지역으로 총출동, 피해복구를 도왔다. 비교적 빠른 복구가 이뤄졌던 이유다.

경북의 재난 현장엔 주민들 스스로 꾸려 동네의 재해를 막아내고 예방하는 '자율방재단'이 있다. 안전한 경북을 만드는 큰 힘이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북도내 자율방재단 회원들은 지난해 경북도가 소방방재청의 재난관리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뽑히는 데 일조했다.

◆화끈한 활동, 경북 자율방재단

9월 2일 포항에는 오후 2시 무렵부터 1시간여 동안 갑작스런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장성시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다급한 상황에서 포항의 자율방재단 단원 8명이 찾아왔다. 물이 갑자기 차오른 시장에서 상인 10여 명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고 자율방재단 단원 8명은 상인 12명의 안전지대 대피를 도왔다. "큰 도움이 됐다"며 상인들은 고마워했다.

이에 앞선 8월 25일. 청송에도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하천이 넘칠 위기에 놓였다. 청송의 자율방재단 단원들은 부동면 이전리 세월교로 달려가 차량 통제에 나섰다.

청송에는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집중 호우가 이어졌으며 70여 명의 자율방재단 단원들은 2인 1조로 침수위험지역을 다니며 교통통제 등을 했다.

10월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참사'. 이 사건 직후 '자율방재단'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직전 한 여성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려다 아버지의 만류로 내려왔고 이 아버지가 성남시 자율방재단장으로 밝혀졌던 것. 평소 각종 재난 상황은 물론, 시설물 안전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자율방재단장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처럼 자율방재단은 주민, 단체, 방재관련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제설작업에 나서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여름철에도 재난 현장으로 달려간다.

◆재난관리 최고 기관의 밑거름

경북도는 지난해 소방방재청 재난관리실태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역 곳곳에 자율방재단을 둔 것은 물론, 자율방재단 연합회까지 구성, 촘촘한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경북도 자율방재단은 작은 재난도 꼼꼼히 챙기는 노력을 한다. 홍수나 폭설, 화재 등 대형 재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기 쉬운 모든 재해를 내다본다. 여름 폭염이 닥치면 노인들을 무더위 쉼터 등으로 안내하는 것도 자율방재단의 몫이다.

경북도는 국제 수준의 재난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방재 선진 도시들과의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국제 수준의 재난 관리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선진 사례를 배워야 하며 이를 자율방재단 등 현장에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이와 관련, UN ISDR(International Strategy for Disaster Reduction'재해경감전략사무국)이 추진하는 '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 캠페인'에 참가, 국제 방재선진도시들과의 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병환 경북도 안전행정국장은 "과거 자연재난은 천재지변, 즉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며 불가항력이라고 여겼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방재예방대책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며 "재해의 예방과 효과적인 재해 수습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지역 자율방재단을 잘 키워 재해에 강한 경북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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