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속아서 결혼한 결혼이주여성

▶고민=저는 몇 해 전, 동남아에서 시집온 다문화가정 주부입니다. 가난한 친정은 교사가 되라고 저를 대학까지 시켜 주었지만, 우연히 한국 신랑을 사진으로 소개받았고 친정으로 생활비도 준다고 해 시집왔지요. 그러나 와 보니, 신랑은 약간의 신체장애에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속아서 결혼을 한 셈이지요. 한국은 친정 나라와는 달리 가난이 더 힘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랑을 버리고 다시 고국으로 갈까 고민도 했지만 신랑이 저를 너무 사랑해주는 거예요. 매사 저를 귀히 여기고 대접하니 이젠 마음을 붙잡아 맸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과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가난이 걱정이 되네요. 어떡해야 할까요.

▶솔루션=귀하는 한국으로 시집온 후, 고국에서보다도 나아진 게 없고 여러모로 사정이 어려우니 얼마나 고초가 클까요. 무엇보다도 공감 가는 것은 귀하의 말처럼 다문화가정의 주부로서 가장 힘든 현실은 부부간에 결혼조건을 정직하게 주고받지 않은 것과 당장 부딪히게 되는 경제적 사정일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이뤄 편리하고 풍성한 것들이 눈앞에 즐비할 것입니다. 여성들은 아름다운 옷과 멋지게 진열된 구두와 핸드백, 화장품들도 당장 갖고 싶을 것입니다.

또 어떤 때엔 사랑하는 사람과 공연도 가고 지금과 같이 눈 내리는 계절엔 커피라도 마시며 남편과 행복한 시간도 갖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을 사진에 담아 고국의 가족들에게 보내 '참, 한국에 시집보내길 잘했어' 하는 부모님들의 축복도 받고 싶었겠지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시집와서 보니, 그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현실적인 결혼생활에서는 그 '거품'을 걷어낼 일밖에 없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후회스럽고 속상했을까요.

그러나 귀하는 그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아주 중요한 발견을 하셨군요. 그것은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존귀하고 소중한 대접을 받았는데 그 사랑을 준 사람이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래서 귀하는 그 남편을 떠나지 않았지요. 남편은 비록 가난하지만, 처자를 위해 부지런히 일했으며 아내를 금쪽같이 여겼습니다. 그것은 이 땅의 모든 아내들의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가끔씩 도시의 야경(夜景)을 바라보면, 보석처럼 아름답고 별처럼 소복이 부어놓은 것 같은 수 많은 집들이 보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따뜻하고 행복하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배우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편안치 못한 가정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진정한 결혼의 성공은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도 아니랍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가 그 어떤 꿈이라도 이룰 수 있도록 그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배우자의 사랑이랍니다. 당신은 어쩌면 그런 '최고의 선물'을 가진 주인공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덕담에는 이 땅의 모든 남편과 아내가 평생 귀담아들을 행운의 가르침이 있는데, 당신의 부부는 이미 그 중심을 이루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지요. 집(부부)이 화평하면 모든 복은 저절로 따라온다니 말입니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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