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아트홀에서 이달 17일부터 공연 중인 연극 '산불'에 출연하고 있는 한 일본인 배우가 있다. 일본말이 아닌 한국말로, 그것도 극 중 배경이 소백산맥 어느 산골짜기인 까닭에 사투리로 대사를 구사한다. 그러기 위해 올해 내내 한국에 체류하며 한국어 공부를 했단다. 지난해 일본 극단 소속으로 대구에 와서 공연했던 배우가 1년여 뒤 혼자 대구에 와서 공연하고 있다. 주인공은 무라야마 마나츠(33) 씨다.
무라야마 씨는 지난해 4월 예전아트홀에서 일본 극단 '궤상풍경'이 공연한 연극 '마르지 않는 것'에 출연했다. 이 공연은 궤상풍경과 극단 예전의 교류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평소 한국 영화, 드라마, 연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공연한 이후 한국 연극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연극인으로서 한국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무라야마 씨는 올해 초 다시 한국에 왔다. 서울 숭실대 어학당에서 9개월간 한국어를 배웠고, 곧장 극단 예전의 연극 '산불'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김태석 극단 예전 대표는 "'마르지 않는 것'은 궤상풍경이 일본어 버전으로, 극단 예전이 한국어 버전으로 각각 제작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뭉쳐 한국어, 일본어, 영어 버전으로 다시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준비 단계에서 한국말로 대사를 구사하는 일본인 배우 무라야마 씨를 캐스팅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지 않는 것'은 전쟁에 나간 병사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쟁의 상흔을 지닌 세계 여러 지역의 공통 소재다. 그래서 3개 언어 버전으로 만들 경우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진지한 교감을 이끌어내는 연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산불도 극 중 배경이 비슷한 작품이다. 한국전쟁 때 남자들은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한 마을의 이야기다.
이달 28일 산불 공연이 끝나면 무라야마 씨도 고향인 일본 도쿄로 간다. 하지만 곧 한국을, 대구를 다시 찾을 계획이다. 무라야마 씨는 "한국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대본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한국 연극의 일본 진출을 돕는 기획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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