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기본이 우리의 안전을 지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버릇은 좀처럼 고치기 힘들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버릇과 습관 중에서도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재예방이 바로 그것이다.

12월이 시작되고 겨울을 알리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화재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언제 어디에서 불길이 솟구쳐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구구단처럼 외우던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등 숱한 화재예방 표어 홍수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이건만 화재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어릴 때부터 몸과 가슴으로 익힌 화재예방을 버릇과 습관처럼 행동으로 표출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가까이할 수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없는 불! 되풀이되는 각종 화재의 주원인은 사소한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다. 또한 기본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평소에 꾸준히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크나큰 재앙으로 닥쳐올 것이 자명하지만, 철저한 사전 예방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소방서에서 겨울철 소방안전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1년 중 화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다 보니 화재 등 각종 사건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경북도 내 17개 소방서 2천978명의 소방공무원들이 앞으로 3개월간 겨울철 화재와 재난예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도 도민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의 성공 열쇠는 도민들의 참여와 협력에 달려 있다.

화기를 많이 취급하는 요즘, 주위를 세심하게 둘러봐야 한다. 추운 겨울 불은 우리의 생활을 안락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조심을 철두철미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가정 내 전기시설은 안전한지, 난로와 보일러 등은 화재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등 평소 사소한 안전점검이 겨울철 화재를 막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화재에 대비한 사전 행동요령 숙지 등 기본에 충실한다면 그 어떠한 화마에도 우리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경상북도에서는 2천737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146명의 인명피해와 25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겨울철에 811건이 발생, 전체 화재 건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그만큼 불을 가까이할 기회가 늘어나고 신체적으로 위축돼 대응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비단 화재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산악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도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119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고가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에 의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올 10월 말 기준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명이 증가했다. 주택화재 원인별로는 부주의가 266건(49.4%)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 133건(24.7%), 기계적 요인 27건(5.0%) 등의 순이었다. 이는 우리 스스로의 부주의가 화재 발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신속한 현장대응을 위해 소방차 현장 도착시간 단축 여건 조성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소방차 길 터주기' '소방출동로는 생명로' 등 안전캠페인 운동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아울러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는 으뜸 도민의식을 희망해 본다.

소방공무원의 노력만으로는 화재를 예방하고 예고 없는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화재예방 등 각종 안전수칙을 생활 속에서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안전을 생활화하여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릴 때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경북도소방본부장 강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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