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장기 기증과 이식의 문제는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정했다. 이에 따르면 살아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췌도(췌장에 있는 내분비 세포 군집), 소장, 골수 등이며 뇌사 상태 때는 골수가 불가능한 대신 심장과 폐, 안구가 추가된다. 사망자는 안구 기증이 유일하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기증자는 2천416명으로 장기 숫자는 3천795건이었다. 신장이 1천76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간장 심장 순이었다. 반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신장 1만 4천181명, 간장 6천334명 등 모두 2만 6천36명으로 실제 기증자의 6.8배가 넘었다. 기증자가 절대 부족하지만,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지난 9월 말 현재, 앞으로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등록자가 골수기증 희망자를 합해 전체 인구의 22.5%인 1천134만여 명이나 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서울 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는 아주 귀한 수술이 있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충효(46) 씨의 이야기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6월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 씨는 처형의 동의를 얻어 아내의 장기를 5명에게 나눠주었다.
1년 6개월 뒤, 김 씨는 스스로 수술대에 올라 생면부지의 환자와 자신의 신장을 나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 가운데, 생존해 신장을 기증한 국내 첫 사례다.
김 씨는 수술 전 "다시 아내를 만나면 당신하고 똑같은 길을 걷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김 씨의 이러한 행동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김 씨의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16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더없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어찌 이분뿐이겠는가? 이 따뜻함은 김 씨가 온 국민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먼저 떠난 아내에게 준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고, 김충효 씨에게도 남은 세 아이와 함께 평생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될 터이다. 비틀거리는 세상이 그나마 제 길을 찾아가도록 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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