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의 사이버 테러에 말 아닌 실력으로 대응해야

한국수력원자력 해킹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커 그룹이 사용한 인터넷 주소의 접속지역이 중국 선양에 몰려 있어서다. 이 지역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이 파견돼 대남 사이버전을 펼치는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중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지만 더 이상 진앙지를 밝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청와대를 컨트롤 타워로 하는 사이버 테러 대응체제 구축을 발표했던 정부만 또 조롱당한 꼴이다.

지금 북'미 간에는 사이버전이 치열하다. 북한은 김정은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의 상영을 막기 위해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를 해킹했다가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엊그제부터 이틀간 북한 인터넷망이 마비 사태를 빚은 것에 대해 미국의 사이버 응징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니사가 해킹 초기, 영화 개봉을 연기하며 북한이 목적을 이룬 듯했지만 역풍이 드세다. 소니사는 개봉 연기 결정에 비난이 쏟아지자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결정했다. 전 세계적인 관심은 오히려 폭증했다. 25일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개봉한 영화는 일부 지역에서 매진사태를 빚고 있다. 북한의 해킹으로 촉발된 북'미 사이버전은 미국의 완승으로 귀착되는 분위기다.

북한이 국내외 시설에 대한 해킹 배후세력으로 지목받은 것은 벌써 여러 차례다. 2009년 7월과 2011년 3월 청와대 디도스 공격,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악성코드 감염, 2013년 3월 KBS 등 언론사와 금융기관 전산망 동시다발적 마비, 같은 해 6월 청와대 홈페이지 위변조 사건도 북한이 배후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사이버 테러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는 김관진 안보실장 주재로 사이버 안보위기 평가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종시를 찾아 사이버 공간을 '제5의 전장'이라고 언급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러나 국민들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사이버 테러 때마다 열리는 회의나 공허한 말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소니 픽처스라는 한 개인 기업의 해킹사태에 대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후 보여준 실력이 훨씬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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