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생각 못했을까?"
대형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나오는 소리다.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은 거의 없고 최근 일어난 대형 참사는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세월호 참사,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등 올해 일어난 대부분의 대형 참사가 그랬다.
안전에 대한 지독한 무지(無知)가 참사의 주범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무 컨설팅, 건강 컨설팅만 받을 것이 아니라 '안전 컨설팅'도 이제는 필수가 됐다. 경북도가 관련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안전관리자문단'을 꾸려 안전점검에 동참시키는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난 10월 17일 발생한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 공연장 참사. 걸 그룹 공연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1m 높이의 환풍구 덮개에 올라갔던 관중들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덮개가 무너지면서 건물 4층 높이인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거나 병원 이송 중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자는 다짐이 허사로 돌아간 사건이었다.
행사 주최'주관사는 무료 걸 그룹 공연에 몰려드는 군중들이 좀 더 잘 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른 허리 높이 환풍구는 관중들이 충분히 뛰어오를 위험성이 있기에 안전 펜스를 두르거나 줄을 친 뒤 통제해야 했었다.
동시에 여러 명이 올라설 경우,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는 '죽음의 구멍'이었지만 누구도 이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다.
올 초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눈 무게가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리조트 관계자들은 간과했다. 지붕 위 제설작업을 할 생각도 못했고 눈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설계와 시공도 하지 않았다.
무너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어느 정도 눈이 쌓이면 저절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경사를 줘서 지붕을 설계했어야 했지만 이 역시 그렇지 못했다.
사고 이후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지붕에 열선(熱線)을 설치하거나 지붕 기울기를 높여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대부분 샌드위치 패널 건물들의 지붕 기울기는 상대적으로 평평하게 설계돼 있지만 눈이 많은 지역이라면 경사도가 평균 40도가량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폭설이 잦은 바닷가 인접한 산 정상에 PEB(Pre-Engineered Building) 공법을 활용한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가 보면 대번에 잡아낸다"
경북도는 교수 및 유관기관 전문가 8개 분야 19명이 참가한 '경북 안전자문단'을 꾸린 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분야별로 거의 모든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토목 3명을 비롯해 ▷건축 3명 ▷기계 2명 ▷전기 4명 ▷가스 3명 ▷환경 2명 ▷재난관리 1명 ▷경호'경비 1명 등이다. 교수가 10명이고 각종 안전 관련 기관 전문가 9명이 참여 중이다.
안전자문단은 경주 마오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PEB 구조 건축물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1천735곳의 조립식패널 건축물 및 노후주택을 살폈다, 공장 747곳, 체육관 62곳, 강당 75곳, 창고 등 기타 건물 801곳, 노후주택 50곳이 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이 쳐다보니 적잖은 숫자의 건축물에서 약점이 나왔다. 안전자문단은 모두 60곳을 지적했다. 철골부재 도장 마감이 녹슨 상태이거나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곳이 39곳에 이르렀고 ▷전선노출, 전기실 관리소홀 등 전기설비 보완 5곳 ▷가스호스 및 화재발신기 노후 등 가스'소방설비 보완 3곳 ▷처마홈통 파손, 담장균열 등의 관리 미흡 13곳 등이었다.
경북도는 추가 정밀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시설에 대해서는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의뢰해 정밀점검을 하도록 했다.
경북도 박홍열 안전총괄과장은 "비전문가들이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것도 전문가들이 바라보면 문제점이 나온다"며 "공무원들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만큼 안전자문단의 조력을 바탕으로 선제적 예방 중심의 현장 안전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경북 안전자문단은 '부르면 달려간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있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안전 진단을 받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기관들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응답하는 '세이프 콜'(Safe Call) 무료점검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올 한 해 동안에만 경북 안전자문단은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청송군체육관 및 각종 다중이용시설 등 모두 19차례에 걸쳐 취약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다.
이병환 경북도 안전행정국장은 "최근의 재난은 발생하는 형태가 상당히 광범위해 쉽게 예측할 수 없으며 발생하는 규모 또한 대형화되고 있어서 민간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민'관이 함께하는 공조체제를 굳건히 해 사전 예방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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