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판에 '지한파' 외국인선수가 늘고 있다. 한 팀에서 수년씩 뛰는 선수뿐 아니라 유니폼을 바꿔 입고 한국 무대에 계속 서는 경우가 잦아지면서다. 국내 구단들은 도박에 그칠 수도 있는 새 얼굴보다 검증된 용병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시즌 후 국내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용병은 4명이다. 제10구단으로 내년 데뷔하는 kt는 롯데에서 활약한 크리스 옥스프링을 데려갔다. 옥스프링은 2007'2008년 LG, 2013'2014년 롯데에 이어 세 번째 팀에서 활약을 이어간다. 헨리 소사 역시 KIA'넥센에 이어 LG에 세 번째 둥지를 틀었다. 2012년부터 3년간 롯데 마운드를 지킨 쉐인 유먼은 한화로 옮겼고, LG가 방출한 브래드 스나이더는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여기에다 삼성에서 뛰다 한국을 떠났던 미치 탈보트도 돌아온다. 2012년 경쟁 상대였던 유먼과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탈보트는 당시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14승3패 평균자책점 3.97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검진에서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사실이 발견된데다 구위 자체가 압도적이지는 않다는 내부 평가 탓이었다.
삼성에서 타 구단으로 옮겨 '재취업'한 선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올 시즌 중반 방출되기는 했지만 무려 6시즌을 등록한 우완투수 브랜든 나이트였다. 그는 삼성에서는 2009년 6승2패, 2010년 6승5패의 평범한 기록만 남겼지만 2011년 넥센으로 이적하고 나서는 4년간 36승(31패)을 거두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반면 다른 구단 출신 선수를 삼성이 품에 안은 사례도 꽤 있다. 2000년부터 이듬해까지 SK에서 맹활약한 틸슨 브리또가 시작이었다. 그는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 주역으로서 그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삼성은 당시 SK와 6대2 트레이드로 브리또를 영입했다.
삼성은 그 이후에는 큰 재미를 못 봤다. 2008년에는 한화 출신 제이콥 크루즈, 2011년과 2012년에는 SK 출신 카도쿠라와 고든을 차례로 영입했으나 모두 1년 이상 뛰지 못했다. 크루즈는 한화 시절 타율 0.321 22홈런 85타점을 챙겼으나 삼성에서는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시즌 중반 웨이버로 공시됐다. 카도쿠라는 SK 소속으로 2009'2010년 22승11패를 거뒀으나 삼성에서는 5승6패만 기록한 채 은퇴했다. 고든은 푸른 유니폼을 입고 11승3패의 좋은 성적을 남겼으나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약점 탓에 한국을 떠나야 했다.
내년에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은 외국인 투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알프레도 피가로 등 '낯선' 얼굴들이 20승 이상은 책임져줘야 한다. 옛 동료, 탈보트의 복귀를 대하는 시선도 미묘하다. 삼성 관계자는 "탈보트는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비해 우리 선수가 부진하면 낭패가 아니겠느냐"며 "내년 용병 농사가 기대 이상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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