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입시를 위해 수능시험을 치를 때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로 성적이 매겨진다.
25일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학교 영어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방침을 두고 교육부가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능 영어에서 절대평가 도입 배경과 그에 따른 변화, 각계의 반응을 살펴봤다.
◆2018 수능부터 절대평가 전환=기존 수능시험은 전 영역이 상대평가 방식이다. 성적표에는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가 기재된다. 하지만 2018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어 영역 경우 절대평가가 적용돼 등급만 제공된다. 교육부 측은 "수능 영어의 등급 결정 방식은 내년 상반기 수능 개선안,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상황 등을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등급 분할 방식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수험생이 특정 점수 이상만 기록하면 항상 해당 등급을 부여하는 고정 분할 방식, 시험 시행 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라 등급 분할 점수가 달라지는 준거 설정 방식 가운데 어느 것으로 정할지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정 분할 방식은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준거 설정 방식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또 고정 분할 방식 경우 9등급제, 준거 설정 방식은 4~5등급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어 절대평가가 수능에 미칠 영향=교육부는 수능시험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면 학습 부담이 줄고 학교 영어 교육도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교육 시장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한다.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의 34%를 차지하는 게 영어 사교육비였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제도 도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곳은 "고교 단계의 영어 사교육비 감소 효과가 있고,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다른 과목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교육부의 기대가 충족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학교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은 "이른바 '풍선 효과'로 인해 영어 대신 국어, 수학 사교육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중학교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영어를 선행학습해 미리 끝내고 고교에 진학하겠다는 수요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사교육 시장 반응=영어 사교육 시장에선 이 제도 시행 초기에 학원을 운영하는 데 다소 지장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수성구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수능시험 영어 시장은 다소 작아지겠지만 취업 등을 생각할 때 전체 영어 사교육 수요는 그리 줄지 않을 것 같다"며 "초'중학교와 대학,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성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영어학원 관계자는 학교 현장의 학습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한다고 실용 영어를 배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교육부의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때 미리 학원에서 선행학습으로 영어를 마치고 고교 입학 후 다른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투스청솔교육평가연구소 이종서 소장은 "각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끼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에서 변별력이 떨어질 영어를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다른 과목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고개 갸웃=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 탓에 불안감이 큰 학부모들 가운데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로 학습 부담이 줄고 사교육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그 취지가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중3 학부모 이모(45'대구 달서구 신당동) 씨는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해도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선 지금처럼 과외를 받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영어는 취업에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학생들도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결국 영어 사교육이 준다는 것은 헛소리다"고 했다.
다른 중3 학부모 최모(42'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국어나 수학 사교육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학들은 결국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대학별고사를 직'간접적으로 강화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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