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通] 대구 청년유니온 서영훈 위원장

"작은 승리조차 쉽지 않은 대구에서 청년들의 관심이 정말 절실합니다." 서영훈 대구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청년 실업과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크리스마스였던 이달 25일, 동성로 거리에 나가봤다. 많은 청춘들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성로를 거니는 청년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았다. 이들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기자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날 동성로를 돌아다니는 청년들의 밝은 표정이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들어보려고 대구 청년유니온 서영훈(37) 위원장을 만났다. 서 위원장은 2014년 대구 지역 청년들은 어떤 표정이었는지, 왜 그런 표정이 지어졌는지, 2015년은 어떤 표정일지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성실하게 답을 들려줬다.

◆대구 청년들, 어렵고 힘들다

올해 10월, 대구 청년유니온은 대구 지역 청년들을 인터뷰해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아는 사람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대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구직자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서영훈 위원장은 "이 책을 펴내면서 '대구지역의 청년들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책을 쓰면서 다른 경제, 고용, 노동 지표들도 함께 확인해 봤어요. 대구지역의 청년 유출 비율이 부산 다음으로 높아요. 게다가 이후 유입 가능성도 낮아요. 대구지역 대졸 취업자 초임이 120만원 안팎입니다. 전국 광역단체 중 뒤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어요. 오죽하면 '대구에 남아있는 게 루저'라는 소리까지 나왔을까요. 도저히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임금, 열악한 근무조건, 낮은 산업 발전 가능성이 겹쳐지니 '더 이상 대구에 희망이 없다. 그러니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아보자'는 생각을 당연히 한다는 거죠."

서 위원장은 대구시의 청년 실업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지금의 방향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 대구의 청년실업 해결 정책은 대부분 '일자리 늘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대구의 산업구조 자체가 청년이 일할 만한 곳이 적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또 청년창업지원도 대구시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 창업 후 판로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태계 또는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고 일회성 창업지원에 그친다면 또 다른 실패를 양산해 낼 가능성이 큽니다."

서 위원장은 "앞으로 청년실업 정책은 청년들의 자립기반 조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했을 때 수익성이나 판로를 만드는 네트워크 형성이나 청년들이 자립할 때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대구라면 직장을 구했을 때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 복지에 특화된 도시라는 인식이 생기면 더 이상 청년들이 대구에 산다는 사실을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2015년, "미안하지만 더 힘들 수도 있다"

서 위원장에게 "2015년은 대구 청년들이 어깨를 펴고 살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서 위원장의 대답은 비관적이었다.

"더 힘들 겁니다. 언론에서도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지 않나요? 결국 대기업들은 더 심해질 기업 간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맬 것이고, 중소기업들은 이런 대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독과점 체제를 견디느라 허덕거릴 게 뻔하고요. 결국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우리 청년세대일 겁니다. 이는 수백억원의 재원을 투자한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서 위원장은 앞으로 벌어질 고용과 노동 관련 법규의 개정 방향이 청년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란 점을 걱정했다. 최근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중규직 신설' 관련 발언 등은 청년들의 고용구조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게 서 위원장의 분석이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대구지역의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의 양적 문제가 아니라 질적 문제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 '일을 해도 먹고살기 힘들다', 혹은 '언제까지 불안한 상태로 일해야 하는 걸까'라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지금처럼 고용 유연화 위주의 노동정책은 청년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킬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 위원장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금은 사회도 개인도 이런 하강국면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청년은 '축소의 세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세대에게 맞는 생존전략이 필요한데, 대구 청년유니온도 청년들을 위해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대구 청년들, 뭉칩시다

지금 대구 청년유니온이 직면한 가장 힘든 문제는 '대구 청년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청년유니온의 활동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정작 청년유니온 가입이나 후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들을 허탈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번 대구 지역 커피 프랜차이즈 실태 조사를 할 때도 많은 대구의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으로 노동 상담을 받으러 왔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상담만 받을 뿐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가입하면 나중에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것 같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대더군요. 어떻게 보면 청년유니온에 가입함으로써 더 많은 권익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서 위원장은 대구지역의 청년들이 보여준 이러한 반응의 원인을 "지금의 청년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그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진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좌절하고, 이것이 생존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대구 청년유니온은 생존의 공포에 짓눌려 있는 대구지역의 청년들을 위해 '작은 승리'를 만들어 내는 데 앞으로의 활동을 집중할 예정이다.

"지금은 여론과 대중의 심판이 소비로 직결되는 시대입니다. 대구 안에서 청년들을 위한 여론 형성과 이슈 만들기에 많은 고민을 할 겁니다. 또 청년들이 잘 모르는 노동법에 관한 교육이나 청년유니온을 알릴 만한 대중적인 사업들도 함께 고민 중이고요. 일단 대구 청년유니온이 대구지역 청년과의 접촉면을 계속 넓혀 나가는 데 집중할 겁니다. 작은 승리조차 쉽지 않은 대구에서 청년들의 관심이 정말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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