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A(29) 씨는 퇴근 후 집으로 가던 중 대구 달서구 자신의 빌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등학생 B(18) 군을 봤다. A씨는 학생에게 다가가 '어린 학생이 왜 담배를 피우느냐'며 혼을 냈고, B군이 이에 반발해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군의 뺨을 한 차례 때렸고, 이에 화가 난 B군이 경찰을 불러 A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이처럼 훈계'교육의 목적으로 폭행해 입건된 피의자의 경우 '정당행위'로 인정되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경찰은 '정당방위'의 인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정의를 위해 위험에 용감하게 뛰어든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된 '폭력사건 수사지침'을 발표했다. 즉, 공익을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폭행을 했다면 형사입건되더라도 '정당행위'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당방위는 인정요건이 까다롭다. 핵심은 '현재'와 '먼저'. 상대방이 폭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상대방이 '먼저' 폭행했을 경우에만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당방위의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어한 당사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등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
반면 정당행위는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보다 인정 범위가 넓다.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시의 한 주택에 들어온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수차례 폭행해 뇌사에 빠지게 한 20대 남성을 법원이 과잉방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런 비판에 대한 대안이 정당행위 적용이다. 꿀밤, 지팡이로 툭툭 치기, 옷 잡아당기기 등 과거에는 피해자의 요구가 있으면 폭행 혐의로 입건됐던 사건도 이제는 경찰이 정당행위로 판단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이때도 폭행으로 큰 상처를 입었거나 교육을 위해서가 아닌 화풀이 등 폭행의 고의를 갖고 있었다면 경미한 폭행이라도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교육, 훈계, 공익 달성 등 동기나 목적이 정당할 것 ▷폭력이 경미하고 상대방의 피해도 경미할 것 등 6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정당행위가 남용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는 없을 것이다"고 했다.
대구에서도 지침이 시행된 이후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정당행위로 인정돼 무혐의로 풀려난 사례가 있었다. 지난 4월 말 달서구 이곡동의 도시철도역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에게 훈계하던 중 뺨을 한 차례 때린 20대 태권도 사범이 경찰에 잡혔다가 정당행위로 판단돼 풀려났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훈계, 선의를 위한 폭행이라도 상대 피해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입건돼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앞으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지면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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