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4만달러 시대 '창조경제형 R&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5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여전히 어두울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시장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선언,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결과의 불확실성, 남유럽 국가들의 부실 채권 증가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경제 역시 저성장 기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 증가,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제 기초체력이 많이 튼튼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 글로벌 경제 불안의 여파로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도미노현상의 연쇄 충격을 받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 어떠한 여파가 들이닥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 2007년 국민소득 2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째 같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연평균 7%에서 2000년대에는 4%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 후반까지 내려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종전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4.0%보다 낮은 수치다. 더 나아가 유럽경제의 장기 침체와 중국경제의 급속한 둔화가 겹치면 최악에는 3%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장기침체기로 들어서거나 경제성장의 엔진이 서서히 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지 아니면 선진국의 대열로 진입할지 판가름이 나려면 이 위기를 잘 이겨내야 한다.

저성장의 무기력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R&D 육성에 힘써야 한다. R&D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키 팩터'(key factor)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매년 앞다투어 R&D 예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뿐이다. 그럼에도 투자 규모에 비해 질적 연구 성과가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년 6월 연구자의 창의성 발현을 유도하고 과제의 개방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며, 연구인력 지원 강화 및 R&D 성과 창출'확산을 유도하는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구체적 스펙(RFP)이 아닌 품목(제품, 제품군)을 제시하는 품목지정형 과제를 2017년까지 산업기술 R&D의 30%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R&D 인적자본 투자 확대를 통해 R&D 인건비 비중을 2013년 28% 수준에서 2017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모든 산업부 R&D 사업의 업력 제한을 철폐키로 했다. 또한 벤처캐피탈(VC)협회, 무역협회 등의 사업화 전문가를 코디네이터로 위촉해 기술과 시장의 연계를 강화하고, 질 높은 특허를 산출하기 위해 IP 전략자문을 강화키로 했다.

현재 대한민국 R&D가 세계 R&D 규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이다. 정부 차원에서 R&D를 육성하고 창의성 및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R&D 체질을 개선한다면 미래 산업 엔진으로서의 R&D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도 당당히 제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형 R&D 육성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고용률 70%, 잠재성장률 4%' 시대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장세찬/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평가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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