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은 실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이 그들을 위인으로 만들어준 행위나 객관적 여건과 다르게 행동했거나 다른 객관적 여건에 처했어도 위인이 될 수 있었을지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래서 역사적 위인이나 개별의 역사적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여기게 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의 해석이나 설명은 결과에 원인을 짜맞춘 '스토리텔링'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경영자가 기업의 성공을 이끈다는 통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를 확실히 알려면 스티브 잡스 없이도 애플이 성공했는지를 봐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억지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스티브 잡스의 존재가 애플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원인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경영했음에도 그의 히트작 아이폰과 아이팟이 시장에서 실패했다면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의 탁월한 전략과 리더십을 칭송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무능에 대한 비난이 경영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위대한 경영자론' 역시 결과에 근거해 원인을 설명하는 입증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나 교수의 '위대한 경영자론' 비판은 참으로 시사적이다. 위대한 경영자론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인물을 상정하지 않고서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업 조직이 어떻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비리로 수감 중인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을 위해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논리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기업인이 교도소에 갇혀 있어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런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기업인이 수감되어 있어 정말로 경제가 나빠지거나 활기를 띠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과문한 탓인지 그런 상관관계가 증명됐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