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도동 측백나무 숲, 지속적인 정책으로 보호해야

대구시 동구 도동 측백나무 숲을 역학 조사한 결과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구청과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3만7천714㎡의 숲 전체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조사한 것에 따르면 생장이 매우 불량하고, 숲 보호에 따른 정책의 지속성도 떨어졌다. 실제로 외래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으며, 경사도가 심한 절벽 쪽 측백나무는 다른 나무에 가려 어린나무 때부터 자라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2011년부터 3년 동안 시행한 숲 가꾸기 정책 때 경쟁 나무를 잘라내는 작업이 있었으나 벌목 후 버려둠에 따라 병충해 피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도동 측백나무 숲은 대구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도 숫자가 많지 않은 군락지로 중요한 자연 유산이다. 이곳은 중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안동시 남후면 구리, 영양군 영양읍 감천리 등 5곳의 측백나무 군락지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이 가운데 대구 도동은 최남단 군락지이다. 그러나 도동 측백나무 숲은 그 가치에 비해 보호 대책이 모자랐다. 최근에는 대구 4차 순환선이 숲 인근을 지나가는 것으로 설계되면서 환경오염에 따른 숲 보호 문제가 논란을 빚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외래 식물 제거, 벌목 뒤 방치 등의 문제점은 사업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어떤 정책이든 여론이 시끄러울 때만 반짝 시행하다가 이내 사업비 배정이나 관심을 끊어 버린다면 일회성에 지나지 않을 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사업 대상이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한 자연 유산일 때는 효율성을 위해 정책의 일관성이 더욱 중요하다. 자연 유산은 보호할 적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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