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탈리아 여객선 화재…"타 죽거나, 얼어 죽거나" 아드리아해의 절규

차량 적재 칸서 화재 발생 긴급 대피 명령·구조 요청

승객과 승무원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이탈리아 선적 카페리
승객과 승무원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이탈리아 선적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서 28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 최소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탈리아와 알바니아 사이의 아드리아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노르만 애틀랜틱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카페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약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280여 명이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AP 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탑승한 승객 422명과 승무원 56명 중 이날 밤까지 190명을 구조했고, 그리스 남성 1명이 구조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승객'승무원 478명 중 한국인은 없어

노르만 애틀랜틱호는 이날 새벽 그리스 남부 파트라스 항구를 출발해 오후 5시쯤 이탈리아 중부 항구 도시 안코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리스의 조그만 섬 오노니에서 33해리(61㎞) 떨어진 해역을 지나던 새벽 4시 30분쯤 갑자기 차량 적재 칸에서 화재가 발생해 선장이 곧바로 승객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리고 구조 요청을 했다.

탑승자들을 국적별로 보면 그리스인이 26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터키 54명, 이탈리아 44명, 알바니아 22명, 독일 18명, 스위스 10명, 프랑스 9명 등이다. 그리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탑승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국 국적 승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구조 과정에서 1명 사망

화재로 배를 통제하지 못한 채 알바니아 해안 쪽으로 표류하던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탑승했던 부부가 구명정으로 통하는 하강장치를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다 바다에 떨어져 구조대가 급히 이들을 건져냈으나 남편은 숨지고 부인만 살았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전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승객 1명과 구조 작전을 하던 군인 1명이 부상했다.

다른 선박이나 구명정에 타지 못한 나머지 승객들은 전기가 끊겨 구명정을 추가로 바다에 내려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염을 피해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맨 위층으로 대피했다.

사고 해역에는 시속 100㎞의 강한 바람과 비'진눈깨비가 내리면서 구조작업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어서 아직 추가 인명피해가 있는지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배 맨 위로 피한 280여 명 구조 대기 중

다른 선박이나 구명정에 타지 못한 287명은 불길을 피해 선박의 맨 위층으로 대피, 추위와 공포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불길은 화재 발생 16시간 만인 28일 오후 8시 30분 어느 정도 잡혔지만 선박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구조용 헬리콥터 조종석에까지 들어가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이탈리아 해군 소속 헬리콥터 2대와 그리스 군용 슈퍼퓨마 헬기 1대, 이탈리아 소형 비행기 등이 투입됐다. 구명정을 내릴 수 있게 상선 10대가 카페리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어 거센 파도를 막기도 했다. 그러나 헬리콥터로는 한 번에 2명을 수송하는 게 고작이다.

현지 TV는 공포에 떠는 승객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중계했다. 카페리의 한 요리사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우리는 전부 쥐새끼처럼 타버릴 거야. 하느님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다. 다른 승객은 방송국과의 통화에서 "대피 지시에 따라 로비에 모였을 때 열기로 신발 바닥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지 TV에 출연한 한 여성은 선박에 탄 자녀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피할 곳이 없어요. 불길이 우리를 삼키지 않으면 얼어서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한 탑승객은 TV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갑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연기 때문에 계속 기침하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 있다"고 울부짖었다.

외신정리 사회2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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