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기술자들' 배우 김우빈

1,500억 금고털이 주인공…"열혈 연기로 보답"

본인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단기간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줘 고마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배우 김우빈(24). 그는 "많은 이들이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것들을 많이 믿어줬고, 맡겨줬다"고 회상했다.

김우빈은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친구2'도 흥행시키더니, 최근 개봉한 두 번째 출연 영화 '기술자들'로도 관객몰이 중이다. 그는 높아진 관심과 사랑에 따른 책

"절 믿어준 사람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어떤 방법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보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절대 안 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김우빈은 자신만의 '감사 일기'를 쓴다. 드라마 '상속자들'을 촬영하면서 시작된 습관 아닌 습관이다. 문득, 자신을 찾아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 새벽 펜을 들었다. 밤샘 촬영에 피곤하고 하루 1~2시간 자야 했던 강행군이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던 이유다.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잠을 못 자 정말 힘든데 억지로 써봤죠.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알라고 말씀하셔서 늘 입에 달고 살긴 했어요. 감사 편지를 쓰면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소한 거라도 메모지나 휴대폰 메모장 등에 적어 보면 또 다르더라고요."

김우빈은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온전히 책임지는 등장인물로 나오는 '기술자들' 현장에서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굳이 세어 보진 않았지만, 말로든 문자로든 50번은 족히 넘었을 거란다. 최근 만난 동료이자 선배 배우인 고창석은 "남자애가 징그럽게 말이야"라고 했지만, 후배의 애교가 그리 싫지는 않은 투였다.

김우빈은 "현장과 선배'동료들, 제작 스태프, 감독님과 진짜 사랑에 빠졌다. 물론 짝사랑이었지만"이라고 웃는다. "안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입바른 소리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면 달라져요. 한 번 해보세요. 물론 시작이 어렵긴 하지만 그 말을 하니 마음이 좋아지더라고요. 물론 여성분들에게는 조심해요. 오해의 소지는 만들면 안 되잖아요. 서로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까요.(웃음)"

'기술자들'에서 그는 천재 금고털이범 지혁으로 나온다. 인천세관에 숨겨진 1천500억원을 40분 안에 털어야만 하는 기술자들의 역대급 비즈니스를 그린 영화의 주인공이다. 극 중 뜬금없지만 샤워 신이 등장하는데 눈길을 끈다. 김우빈은 "철저한 상업성을 노린 신"이라며 "책임감을 느끼고 촬영 전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샤워 신만 생각하다가는 중요한 연기를 놓칠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지혁을 분석했다.

특히 인물의 일대기에 신경을 썼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지혁의 과거 일들을 혼자 생각해 봤다. 고창석이 연기한 구인을 언제, 어디서 만났고, 뭐라고 말해 친해졌는지 등 인물과 인물 간 관계를 구축했다. 어느새 상상들이 겹쳐지면서 김우빈은 지혁과 가까워졌다. 촬영 현장에서는 온전히 지혁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편안해졌다. 그는 "영화에서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든 아니든 상관없이 진심으로 지혁을 말하고 싶었다"고 몰입했다.

비교될 수밖에 없는 케이퍼무비인 '도둑들'의 금고털이와는 차별을 두기 위해 그 나름 노력하기도 했다. 김우빈은 "지혁만의 디테일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설정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자면 금고를 털 때 양손을 이용했다. 당연히 그게 진심인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영화에는 김우빈만 보인다는 칭찬 혹은 지적도 있다. 김우빈은 "(이)현우 씨도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선배들이나 현우 씨가 없었으면 이렇게 연기를 못 했을 것 같다. 곁에서 지켜주고 받쳐줬다. 서로 호흡을 잘 맞춰가며 연기해 이런 영화가 나온 것 같아 모두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1천500억원을 터는 영화니 자신에게 실제 그 돈이 생긴다면 뭘 할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김우빈은 현장에서도 그 얘기를 했단다. 하지만 너무 큰 액수여서 상상하기 힘들었다. 뭘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마 갖고 싶었던 것들을 좀 더 고급 사양으로 사지 않았을까?"라는 김우빈. 하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제가 떡볶이를 좋아하고 자장면을 좋아하니 좀 더 많이 사 먹지 않을까?"라고 했다. 특히 자장면 애호가라는 그는 "일주일에 2번 이상 자장면을 먹는다. 짬뽕은 절대 먹지 않는다. 이상하게 자장면이 좋다"고 웃었다. 밀가루를 좋아하는 소박한 청년이다. 그러면서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이)종석 씨랑 광고를 노렸는데 한 업체도 연락을 안 주더라고요. 하하하."

김우빈은 자신의 인기에 대해 "특이하게 생긴 애가, 그것도 꼭 자기 생긴 대로 연기하니깐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워낙 예쁘게 생긴 분이 많은데 특이한 애가 갑자기 튀어나와 줘서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 엄청난 관심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인기가 한순간에 오면 또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흘러도 고마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년에 더 바빠지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는데 생각보다 더 바쁘게 해주셨어요. 이것보다 더 바라면 욕심이겠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 중심을 잘 잡으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감사하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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