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호'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쓰나미를 만나 함께 울었고, 그 여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키워드 순위 발표에서 '세월호'가 '올해의 검색어' 부문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이 세월호 문제는 보수'진보 간 진영논리에 빠져 결국에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하였다.
세월호 참사를 이준석 선장과 관련 선원들만의 일탈행위로 돌린다는 것은 매우 우매한 처사이자 안이한 원인분석이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는 선장 개인의 인격에 기인한 인재(man-failure)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업윤리의 부재가 빚어낸 시스템 에러(system-error)이다. 즉 선장, 기관장, 1등 항해사 등 거의 모든 선상 관계자와 해경, 해수부 등 관련자, 그리고 전문성 없는 황색 저널리즘에 함몰된 일부 종편 등 모두가 일탈행위를 한 것은 개개인의 직업윤리 부재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직업윤리 부재라는 시스템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월호 이후'를 대비해 '한국호'가 순항하기 위한 최대의 현안(agenda)은 직업윤리의 회복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월드컵 대표팀 참패, 윤 일병 사건, 현충원을 점령(?)한 북한 김정은의 조화, 국회의원 비리사건, 싱크홀(sinkhole) 이슈, 검사장의 성도착 사건, 세월호 유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단식, 1군 사령관의 위수지역 이탈 및 만취 추태, '십상시' 논란, 조현아의 '땅콩' 회항 등등은 우리 사회가 직업윤리 부재로 인해 총체적 난맥상(omnishambles), 즉 시스템 와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바람직한 직업윤리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형성하고 작동케 할 것인가? 직업을 통해 금권을 출세지향적이기보다 직업적 양심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보다 상위 가치인 삶의 의미를 우선시하고 타인과 공동체에 봉사하며, 자아실현을 꾀할 수 있는 중심 잡힌 마음이 바로 직업윤리이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직업윤리의 첫 번째 핵심 요소는 소명(召命, calling)의식이다. 즉 자신이 맡은 일은 하늘의 부름을 받아 맡겨진 일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살려 그 일에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확보되면 그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두 번째 요소는 스스로의 일에 만족을 느끼는 자족(自足, self-sufficiency)이 필요하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위만 쳐다보고 달리는 한국사회에서 제 분수를 지키고 작은 일에 만족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노동의 종말'이 현실로 닥쳐오는 고령화 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행복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이자 세 번째 핵심 요소는 우리의 일에 대한 자족이 현실에 대한 안주(安住)로 퇴행하지 않게끔 자계(自戒, self-discipline)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즉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습관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직업을 하늘의 부름이라 여기고 맡은 일에 열정과 성실로 임하는 소명의식과 스스로 일에 만족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경계(警戒)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직업윤리의 세 가지 핵심요소이다. 이러한 '삼박자'를 갖추고서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룰 때 비로소 내재적 직업윤리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며, 이것이 바로 오늘의 한국인에게 진정 중요한 덕목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좋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직업윤리를 확립해야만 '한국호'는 미래에도 순항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는 남의 눈이 아니라 내가 내일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사회적 차원에서는 어릴 때부터 직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줌과 동시에 내재적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직업윤리 교육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바람직한 직업윤리가 범국민적으로 확립, 착근되어 을미년 새해부터는 안전사회를 넘어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회가 되길 염원해 본다.
이재훈(경북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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