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워 볼까요] 홈카페-1) 홈카페의 시작, 왜 원두커피여야 하는가?

설탕, 프림이 섞인 믹스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끊은 지 오래, 커피전문점을 오가며 아메리카노 마니아가 된 당신!

조금 귀찮긴 하지만, 집에서 직접 원두를 내려 마셔볼까 고민하고 있진 않으신지?

원두 추출도구를 사들이고,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찌꺼기를 걸러내고…. 막상 집에서 이 번거로운 일들을 하려니, 끓는 물에 인스턴트 커피가루 몇 스푼 녹이면 되는 간편함을 두고 왜 굳이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스턴트 블랙 vs 원두커피. 둘 다 검은색의 블랙커피인데 무엇이 다르지?

홈카페를 시작하려면, 이 기본적인 물음에 명쾌히 답해야 원두커피를 내리는 번거로움을 이겨 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생콩(생두)이 볶여지면 원두가 되는데, 원두는 물에 녹는 성분과 녹지 않는 성분으로 나누어 진다.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물에 녹는 성분은 물과 결합하여 커피가 되고,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은 커피 찌꺼기가 된다. 이렇게 물에 녹는 성분을 녹지 않는 성분(찌꺼기)으로부터 분리시켜 우려낸 검은 액체가 원두커피이다. 이 원두커피에서 물을 제거하면? 물에 녹는 성분만 남는데, 이것이 인스턴트 커피가루다. 여기에 물을 다시 부으면? 커피가 된다.(바닷물에서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이 되고, 다시 물을 부으면 소금물이 되는 것과 같이) 즉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의 성분 대부분은 같다.

인스턴트 커피는 이미 식품공장에서 찌꺼기를 걸러내어 간편하게 물만 부으면 커피 음료가 된다. 반면 원두커피는 내가 직접 원두를 갈아야 하고 필터로 걸러야 해서 참 번거롭다. 그렇다면 굳이 값싸고 간편한 인스턴트 블랙을 두고 원두커피를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녹차, 허브차가 아니라 꼭 커피여야 하고, 그것도 원두커피여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그 이유는 커피만이 가지는 '향기'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커피가 쓴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매력적인 이유는, 세상 그 어떤 음료도 가지지 못한 향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같은 인테리어의 두 카페가 있는데, 하나는 과일주스 전문점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전문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우리는 어느 곳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느낄까? 커피전문점이 향이 가득 차 있어 같은 인테리어라도 더 아늑하게 느껴질 것이다.

커피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휘발성 '향기'를 가득 가지고 있다. 우리가 커피를 끊지 못하고 또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바로 이 '향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마실 수 있지만, 향이 없는 커피를 마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휘발성 '향기'는 커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원두를 갈고, 물을 부어 추출하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그 이후 입안에 남는 잔향을 느낀다. 이렇듯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전 과정을 통해 우리는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긴다. 이것이 우리가 커피를 즐기는 이유가 아니던가?

그런데 인스턴트 커피는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로스팅, 분쇄, 추출과정과 그 추출된 커피액에서 물을 증발시키는 전 과정에서 우리가 즐겨야 할 '향'이 사라져 버린다.(가루로 만들기 위해 물을 증발시킬 때 향기성분도 함께 증발한다) 향이 사라지고 물에 녹는 맛만 남은 커피, 그것이 인스턴트 커피이다.

인스턴트 블랙에도 향이 있다고? 지금 당장 바로 갈아 추출한 원두커피 한 잔과 물에 녹인 인스턴트 커피를 비교해보자.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향'이 담긴 커피가 어느 것인지, 당신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원두를 직접 갈고, 물을 끓이고, 여과지에 찌꺼기를 거르는 홈카페의 수고로운 전 과정에서, 우리는 그토록 원하는 집안을 가득 채우는 커피의 '향'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끓는 물에 커피가루 몇 스푼을 녹인 인스턴트 블랙커피와 번거롭지만 커피를 내리는 그 과정 자체로 향이 가득한 홈카페 원두커피, 오늘 당신의 아침을 깨울 커피 한 잔은 어떤 커피인가요?

■새해부터 새로 선보이는 '배워볼까요' 코너는 박효승 테이블탑거피/대구커피교육학원 대표의 '홈카페' 연재로 시작합니다. 박효승 대표는 경북대 식품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구보건대학 커피와인전공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면, 현재 (사)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이사, 대구로스터리까페연합(C. Road)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효승(대구커피교육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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