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대나무, 매화나무와 함께 추운 겨울에도 제 모습을 간직하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며 굳센 정절과 지조 있는 선비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사시사철 그 푸른빛이 변함없는 강한 생명력으로 우리 조상은 불로장생의 하나로 소중히 다뤘다.
먹을 것이 부족한 보릿고개나 흉년에는 구황식물로, 매섭게 추운 겨울에는 아랫목을 따스하게 해주는 연료로, 집을 지을 때는 좋은 목재로, 송진은 좋은 약재로 쓰인 고마운 나무 역시 소나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가 최근 재선충병이라는 몹쓸 병으로 온 산야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일본을 통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병은 이후 경북과 경남,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방제 특별법'을 제정하고 방제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방제에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피해는 오히려 그전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만 218만 본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했다.
포항시의 경우, 재선충병에 취약한 해송(海松)이 많아 전국 최대의 전염지대로 불릴 정도로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방제대책을 세우고 이미 고사된 소나무를 제거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150억원을 들여 25만 본을 방제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지난해에만 176억원을 투입하는 등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많은 예산을 들였지만, 완벽한 방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피해 현장의 훈증목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예산 부족 탓에 지난해의 경우 수집률이 18%에 그쳤고, 지난 2012년에는 수집률이 3%에 불과해 훈증 처리된 고사목의 80%가 그대로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도비 예산 확보와 함께 산림청에 방제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예산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방제비 걱정에 가슴에 쇳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창한 숲 곳곳에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누렇게 변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영남과 남부지역을 넘어 울창한 강원도는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확산은 이제 시간문제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에서 소나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일본과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전멸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에 '국난'이라는 표현을 쓰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재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소나무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현재 산림청이 전국 소나무류 이동제한과 단속에 관한 사항 등을 반영한 '소나무재선충병방제 특별법'을 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총력을 기울여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가 중심이 돼서 재정적 지원 등 민'관이 공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협력시스템이 절실하다.
또한 소나무재선충병은 단기간에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만큼 구제역처럼 자연재난의 범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방제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지자체만의 문제로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역을 국가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경제와 복지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자연을 통해 얻는 더 풍요로운 경제적 이득과 복지 혜택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우리 자손들이 소나무라는 이름을 사전에서만 볼 수 있는 안타까움을 미리 막아야 한다.
이재열 포항시 건설도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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