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5 새해를 맞으며] 양띠들의 새해 소망-장민숙

인정받고픈 조바심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장민숙(67년생'미술작가)=지난해까지는 비전공자인데다 늦게 작업을 시작했다는 자격지심을 늘 안고 있었던 저는, 하루빨리 경력을 쌓아서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항상 조바심이 났었다. 그래서 욕심스럽게 작업하고 무리하게 전시 일정을 잡았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위해, 그리고 화가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 없겠다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더 많은 욕심으로 힘들고 지쳐갔던 것 같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만큼의 성과도 물론 있었지만 잃어버린 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진정 자유로워지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궁극적인 이유임에도 가끔 그림 뒤에 숨기도 하고 치부를 가리고 상처를 덮으려 했다. 그럴수록 그림에는 그 모든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전시장에 걸린 나의 그림들은 일그러진 자화상 그대로였다.

그림으로는 도망갈 수 없었다. 결국 그림이다. 여과 없이 다 드러낸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 나의 고백을 계속하게 하고 그렇게 아프게, 아프게 치유되는 과정 같다.

"날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나는 분명히 성공한 사람 같다"는 어느 화가의 말처럼 오늘도 작업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이 허락된 것 이상의 성공이란 덧없는 허울에 불과할 뿐 그 어떤 것도, 작업 안과 밖의 모든 경계에서 겪는 시린 행복과 견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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