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에 구제역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의성과 고령에 이어 30일 영천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2010년 전국을 휩쓴 구제역 악몽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인다.
◆예방백신 접종했는데 왜?
30일 구제역이 발생한 영천 화산면 화산리 Y농장의 돼지들은 지난 10월 5일 영천 화남면 금호리의 S농장에서 들어왔다. S농장은 2010년 12월에도 구제역으로 돼지 2만5천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곳이다. 영천시는 "S농장의 백신 구입 및 접종기록을 확인한 결과, 구제역 예방활동이 양호한 편"이라며 "어미돼지의 분만 4주 전 및 새끼돼지의 8주 후 백신접종 원칙을 모두 지켰다"고 밝혔다.
Y농장은 의성과 고령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8, 9월에 돼지 9천500마리를 대상으로 백신을 추가로 접종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돼지들은 10월에 들어왔다.
구제역 예방백신은 어미돼지 분만 3, 4주 전과 새끼돼지 8∼12주령에 접종하도록 규정돼 있다.
양돈 계열농장들은 통상 3개월(85∼90일) 된 돼지를 입식해 6개월령(180일 전후)에 출하한다. 입식 전에는 어미돼지 및 새끼돼지를 포함해 2차례의 백신접종을 거치지만 입식 후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평소 추가접종을 권장하지만 실제로 백신을 접종하는 농가는 없다. 구제역 발생 인근 시군에는 추가접종 명령을 내린다"며 "양돈농가들도 돼지 목근육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농(고름)이 생겨 고기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접종을 꺼린다"고 했다.
◆백신 접종해도 항체 형성률 낮다?
새끼돼지 때 한 번 접종한 뒤 출하 전에 백신 효과가 약화될 경우,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예방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낮은 것이 구제역 발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영천시 관계자는 "구제역 예방접종 매뉴얼에는 1회만 실시하도록 돼 있는데 실제로 항체 형성률은 50% 선에 머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이런 실정을 감안해 구제역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돼지 목에는 비계층이 두꺼워 백신 접종을 할 때 주사기를 비스듬히 찌를 경우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구제역 예방백신의 평균 항체 형성률은 55%에 그치고 있다"며 "백신 항체 형성률 30% 미만의 농가가 돼지를 출하할 경우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올해 항체 형성률 미달로 과태료를 낸 경북의 돼지 농가는 영천 25곳을 포함해 97곳에 이른다"고 했다.
영천시 금호읍의 한 양돈농장 주인은 "계열농장의 경우 돼지 입식 전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이후 출하 전까지 3개월 동안에는 접종을 하지 않는다. 개인 농장은 스트레스로 돼지 성장이 늦다며 백신 접종을 꺼리는 편"이라고 했다.
◆기업형 돼지농장 관리 제대로 될까?
대규모 돼지농장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는 돼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천 화남면 금호리의 S농장은 경주와 군위에도 대규모 농장을 운영 중이다. 영천 S농장에는 어미돼지 3천700여 마리, 새끼돼지 1만4천여 마리, 비육돼지 1만7천여 마리 등 모두 3만5천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계열농장도 영천 화산'화남'대창'북안'금호와 의성, 성주, 경남 합천, 충북 청주 등 11곳에 달한다. 경주 S농장은 돼지 1만1천500여 마리를 사육하며 경주, 안동 등에 계열농장 6곳을 두고 있다. 군위 S농장은 돼지 1만4천여 마리를 키우며 경북 군위'의성'봉화, 경남, 경기 등 계열농장 10곳에 돼지를 위탁하고 있다.
문제는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때 빠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제역 발생 때 계열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항체 형성검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구제역 발생 농장이 돼지를 들여온 영천 S농장의 계열농장 11곳에 대해 항체 형성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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