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지정책 재설계하자는 유승민 의원의 용기

그제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오늘, 대한민국의 내일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합동토론회는 90명이 넘는 의원이 참석한 데서 드러나듯 정치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오랫동안 공개적 행보를 자제해오던 두 의원이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자'는 취지가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론회에서 두 의원은 여야의 당파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자고 다짐하며 각각 '친정'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대해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허물부터 반성하는 이런 '자아비판'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정파적 이익에만 매달리는 우리 정치권의 퇴행적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유 의원의 비판은 적절했다. 지난 대선 때 여야는 서로 퍼주겠다며 '무상복지' 경쟁을 벌였다. 복지에는 돈이 드는데 여든 야든 증세는 없다고 했다. 이런 '증세 없는 복지'는 올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잇따른 '복지 디폴트'(지급불능) 선언으로 불과 3년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지만 지금까지 여야는 사과 한마디 없다.

유 의원의 비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여러 전문가가 입이 닳도록 제기했던 문제다. 그럼에도 유 의원의 지적이 주목받는 것은 복지 축소 또는 재조정이라는 과제를 정치권에 던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목표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자면 유권자에게 인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복지 축소는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정치인은 웬만해서는 복지를 줄이자고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중(中) 부담-중(中) 복지'로 복지를 재설계하자는 유 의원의 발언에는 용기가 읽힌다.

김 전 대표의 반성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새정치연합의 '정치투쟁 편향'을 비판했다.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비판하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생산적 야당'으로 거듭나려면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두 의원의 자성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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