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는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한다. 선거구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잠재적 후보자들의 대응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야 모두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게임의 룰에 따른 유'불리는 승패와도 직결될 수 있다.
◇선거구 재획정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대 1로 둔 현행 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올해 말까지 인구비례가 2대 1을 넘지 않도록 개정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 논의가 새해 정치권을 달굴 전망이다.
◆직격탄 맞은 경북 정치권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경산청도는 경산청도 갑'을로 선거구를 나누거나, 경산과 청도를 분리한 뒤 청도를 인접 선거구와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자는 부산 해운대기장 선거구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다.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선거구 사정은 심각하다. 안전행정부(지난해 9월 기준)에 따르면 하한선에 미달하는 곳은 전국 최소 선거구인 영천(10만622명) 외에 상주(10만3천128명), 문경예천(12만1천188명), 군위의성청송(10만6천173명), 영주(11만1천86명), 김천(13만4천500명) 6곳이다. 6곳은 선거구 통폐합으로 국회의원 의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입을 닫았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가 꾸려지지도 않았는데 민감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이들 지역 국회의원이 20대 총선에 모두 출마한다면 현역 의원 간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인구가 많은 곳을 지지기반으로 둔 의원이 유리한 상황이다.
자신의 선거구가 조정 대상이 아닌 국회의원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영양영덕봉화울진이나 고령성주칠곡 등 복합선거구이면서 조정대상 6곳과 접해 있는 곳에까지 선거구 획정 여파가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리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 봉화는 영주와 가깝고, 청송은 영양영덕과 붙어 있다. 고령성주와 김천도 인접지역이다.
반면 대구는 비교적 사정이 느긋한 편이다. 인구가 모자란 동갑과 인구가 초과한 북을 두 곳은 경계지역 편입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일부 새누리당 당원이나 주민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
◆붙였다 뗐다 이리저리 그어보고
지금 정치권은 지도를 펴놓고 선 긋기 중이다. 김천은 독립선거구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선거구 최소 인구에서 5천 명 정도 모자란다. 하지만 혁신도시 입주로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곳이다. 이철우 국회의원(김천)은 이전 대상 공공기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이주 및 주민등록 홍보 계획을 세웠다.
김재원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군위의성청송은 불난 집이다. 지리적으로는 경북 한복판이고, 3개 군이 합쳐진 복합선거구로 주변의 집중 포섭 대상이라 불린다. 김 의원은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영주(장윤석)-문경예천(이한성), 상주(김종태)-군위의성청송(김재원), 영천(정희수)-청도(최경환)를 통합선거구로 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김천이 독립선거구로 남는다는 걸 전제로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선거구 재획정, 국회 아닌 제3의 기구에…" 여야 공감대
여야는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국회가 아닌 제3의 기구에 맡기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국회 내에 정치개혁특위가 마련되면 특위 차원에서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논의하게 된다. 정개특위 위원장은 대부분 외부 인사에게 맡겨 독립성을 보장해 왔지만 위원에는 국회의원이 포함돼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선거구 재획정 문제는 올 초부터 드라이브를 걸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연말까지 재획정하라고 결정했지만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정치 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법원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명하는 인사를 포함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자며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대법원장이 2명, 중앙선관위원장이 2명을 지명하고 학'법조'언론계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자로 위원을 위촉하도록 했다. 국회의장은 이 기구로부터 선거구획정안을 제출받은 날 이후 최초로 여는 국회 본회의에 부의토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선거구획정안은 국회가 수정'의결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를 두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원회의 구성과 국회가 수정'의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야당안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선관위가 여권에 유리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오픈프라이머리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총선룰'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엔 여야 모두 공천권을 일반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당대표나 계파 보스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하향식 공천제가 대세였던 터라 오픈프라이머리가 성사될 경우 선거 문화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현행 전략공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픈프라이머리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 '전략공천 전면 폐지'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방침을 사실상 굳히고 당 내외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김무성 당대표도 지난 10월 말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여야 모두에게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밝혔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제로 한 각종 정책토론회와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잇달아 열면서 추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정치 불신을 해소하며, 돈공천'밀실공천을 없애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왜 오픈프라이머리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던 새정치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착됐다면 청와대 비선 라인도 사라졌을 것"이라면서 "공천 혁신이 정치 혁신의 제1과제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의 정치참여와 깨끗한 정치를 만들 유일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등은 당선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대중 인지도나 조직 및 자금 동원력이 현역 의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정치 신인들에게 오픈프라이머리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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