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날 밝은 대구문화계 덩치 맞춘 내실화 구상은

판은 깔렸다, 올릴 작품만 더…

2013년에 열렸던 에미마믹비엔날레.
2013년에 열렸던 에미마믹비엔날레.
잉카 쇼니바레의 작품.
잉카 쇼니바레의 작품.
오트마 회얼의 작품
오트마 회얼의 작품

2015년 을미년 대구시의 문화 키워드는 '신진, 창작,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국중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는 상당 부분 조성이 됐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시기로 보인다"며 "특히 젊은 신진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창작 기반을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도시 조성

올해 대구시는 본격적인 공연문화도시 조성에 나선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정부는 신청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 등 각 분야별 문화도시로 지정할 수 있다. 대구시는 '공연' 분야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추진해 내년에 문화도시로 지정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19년까지 5년에 걸쳐 모두 39억원(국비 15억원, 시비 24억원)을 투입해 11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크리에이티브 공연아카데미 운영, 대구공연기관운영협의체 구축, 시민 주도형 예술재능 키움사업 등을 통해 공연 인력을 양성하고, 시민 참여 공연문화 인프라도 확대한다. 또 중앙로를 중심으로 공연장 등 30여 개 문화시설을 묶어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고, 대명공연문화거리의 창작 중심 공연예술 생태계 구축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안 국장은 "정책적 기반은 마련됐으나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즐기고 참여하는 시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문화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선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체험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던 각종 축제를 일원화하는 컨트롤 타워인 '축제위원회'를 조성하고, 봄에 열리는 축제는 동성로 축제를 중심으로 패션문화축제, 패션주얼리축제 등을 연계하고, 여름에는 치맥축제와 국제보디페인팅 등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를 축으로 김광석 포크축제, 호러축제 등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각 공연장 새 판 짜나

올 한 해 대구문화계는 새 기운을 대폭적으로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문화기관들의 기관장과 예술감독의 임기 만료가 줄을 이으면서 교체의 폭이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는 지난 연말 공연예술본부장 공모 공고를 냈다. 1년 임기였던 초대 박명기 공연예술본부장의 후임 예술감독을 찾기 위한 절차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역시 지난해 말 이유리 집행위원장의 사임으로 새로운 집행위원장을 선임해야 할 상황이며, 대구문화예술회관 박재환 관장의 임기도 3월 만료 예정이다. 또 5년 동안 대구시립극단을 이끌어왔던 이국희 예술감독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라 공모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대구문화재단은 3년 임기의 이사진 임기가 4월로 만료되는데다, 대표 역시 올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중 재단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이사진 선임 절차에 곧장 돌입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길 전 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웠던 문무학 대표의 연임 여부도 대구 문화계의 관심거리다.

◆공연장의 대격돌, 관객을 잡아라

대구는 현재 1천 석 이상의 공연장만 9개로 풍부한 공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을 유입하기 위해 각 공연장마다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성아트피아는 다양한 명품공연 시리즈와 극단열전(A.T.F), 무용축제(A.D.F), 꿈의 오케스트라 등의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 피아니스트 5인의 시리즈가 연중 진행되며, 또 지역 대학과 함께 만드는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와,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에 이은 지역문화컨텐츠 2탄 뮤지컬 제작으로 지역 예술인들과의 교류도 강화한다.

대구시민회관은 세계적인 일류 연주자를 초청해 예술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공연으로 관객몰이에 나선다. 6월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10월 바이올린의 거장 기돈 크레머와 크레머라카 발티카&앙상블 디토, 쾰른 방송교향악단, 11월 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개관 25주년을 맞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역 예술의 미래 발전을 담보하는 예비인력을 발굴하고, 신진 예술인을 지원하는 데 초첨을 맞춘다. 지역 공연장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 내겠다는 포부다. 여상법 문예회관 학예연구사는 "지역에서만 진행됐던 대학음악제를 대한민국대학음악제로 확대하기 위해 서울 및 6대 광역시 주요 음악대학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를 뮤지컬 창작기지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은 9회째를 맞는다. 올해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린다. 초청 8개, 창작지원 5개, 대학생 참가 5개, 자유 참가 3개 작품 정도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딤프는 지역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과 공연 컨소시엄 구축 등 산업화를 위한 아트마켓 역할에 보다 힘쓸 계획이다. 또 축제 관람객의 20%가 외지인인 점을 감안해 관광상품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대구를 뮤지컬 창작기지로 조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뮤지컬 아카데미'가 올해 첫 운영된다. 대구시는 국비 5억원을 투입해 뮤지컬 지망생(20명 규모) 대상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 과정'과 일반인 및 학생(500명 규모) 대상 '뮤지컬 저변 확대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뮤지컬 공연을 대구의 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버스킹'도 시작된다.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 대우빌딩 앞 분수광장,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에 시민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시로 공연을 올리는 '버스킹 스톱'이 설치된다. 공연은 대구경북의 공연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주로 맡을 예정이다.

올해 32회째를 맞는 대구연극제는 오는 4월 12~17일 제7차 대구세계물포럼 개최에 맞춰 대구를 알리는 연극 작품들로 구성된다. 기존 호러연극제는 국제호러연극제로 확대돼 올해 첫 개최된다. 대구는 2005년 전국 최초로 호러(공포)를 주제로 연극제를 개최했다. 올해부터 국제적인 작품 교류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추락한 대구 미술의 위상 회복이 과제

2015년 지역 미술계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는 추락한 대구 미술의 위상 회복이다. 최근 대구시는 '만남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을 포기함으로써 큰 오점을 남겼다. 특히 건립의 당위성 여부를 떠나 미술관 추진 단계부터 사업 백지화에 이르기까지 대구시가 보여준 행정은 낙제점이었다. 대구시 행정에 대한 신뢰는 물론 대구 미술계 이미지도 크게 추락한 상태여서 지역 미술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대구에서는 제대로 된 미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013년 쿠사마 야요이전, 지난해 장샤오강 회고전을 열어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대구미술관은 새해에도 해외교류전과 기획전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해외교류전으로는 사실적 표현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는 독일 작가 오트마 희얼의 야외 조각 작품전,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작가 잉카 쇼니바레 개인전, 제2회 애니마믹비엔날레 등을 준비 중이다.

기획전으로는 하정웅컬렉션, 이수경, 이명미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하정웅컬렉션은 전국시도립미술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된 전국시도립네트워크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행사다. 이수경 작가는 현 시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이명미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독특한 화면 구성과 화려한 색채로 국내 화단에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대구시가 올해 새로 추진하는 미술 행사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대구'경산권 미술대학 합동 작품전'이다. 올 연말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릴 예정인 이 행사는 작품 발표 기회가 적은 지역 미술대학 졸업생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됐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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