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 정상,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해라

새해 벽두부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고위급이란 정상을 뜻한다. 김정은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예년과 달리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남북문제에 할애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동안의 은유적 표현이나 일방적인 비난 어조를 거두는 대신 직설적으로 대화 의지를 밝힌 점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붙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최고위급 회담에 대해 북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란 수사를 붙였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인권문제 등에 대한 비판을 중단할 것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병진 노선을 관철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언급했지만 지난 한 해는 서해 NLL 침범과 미사일과 로켓 발사, 무인기 사건 등 끊임없는 도발로 얼룩졌다. 북한이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툭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대화 중단과 도발을 반복하다 보니 이번 신년사의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남한으로서도 북한 인권 문제나 핵 등 민감한 문제 해소를 전제로 해서 만나려 들면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

남북 정상은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남북 화합과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과거 남북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오늘날 한반도 긴장 완화에 실패했다. 이는 남북 정상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진정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은 남북정상회담을 빌미로 핵개발을 위한 시간과 돈을 번 셈이 됐고, 남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이란 허울에 집착했을 따름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꼭 성사돼야 한다. 여기에 어떤 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번 만남은 돈거래를 위해서가 아닌, 진정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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