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여권 내부는 곪은 부위가 터지면서 중대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새누리당 계파의 두 축인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립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차, 여권 내 주도권 싸움으로 읽힌다.
12월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을 잡았다. 같은 날 친박 국회의원들이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도 점심을 했다. 같은 날짜, 같은 시각이어서 "경쟁하듯 묘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포럼 오찬에서 김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이 터졌다.
윤상현 국회의원은 "(대표가) 존재감 있는 여당을 만들겠다더니 존재감 있는 여당 대표의 모습만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고, 유기준 국회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갈 길 먼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럼 오찬에 참석했던 서상기 국회의원(대구 북을)은 1일 "김 대표와 지도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내년엔 조금 더 많은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해 들은 김 대표는 "우리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보라. 내가 반 이상 (친박계 쪽에 당직을) 내놨다. 반 이상"이라며 "당대표가 제일 큰 권력을 발휘하는 게 공천인데, (나는) 공천을 안 하겠다. 근데 뭐 할 말이 있느냐. 이렇게 하는데 '당을 사당으로 운영한다' 이런 게 말이 되나"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던 7'14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선되고, 10월 방중 기간 "개헌 봇물론"을 이야기하면서 친박계가 발끈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청와대가 공들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힘을 모으면서 갈등이 숙지는 듯 보였고, 일부 의원은 "할 말은 하겠다더니 김 대표가 자세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다시 고조된 것은 연말부터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맞서 탈당한 전력이 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히려다 친박이 발끈했다. 이번엔 김 대표가 여당과 논의 없이 정부가 사학'군인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자 "일방통행식"이라고 비판했다. 두 연금 개혁은 '없던 일'이 됐다. 친박계가 "김 대표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정가를 떠돌고 있다.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서 최고위원 등 3선 이상 핵심 친박과 만찬 회동을 한 것을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김 대표와 지도부를 뺀 원조 친박만 따로 초청했고 이후 친박의 결집과 김 대표 겨누기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존재감을 찾으려는 가운데 여당은 분열하는 모습이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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