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배, 새해엔 끊자!…금연, 성공한 사람들 vs 금연, 꿈꾸는 사람들

2015년 새해입니다. 새해 결심 리스트 상위권에 항상 올라가 있는 금연. 이 결심을 모두 다 지켰다면 담배 회사는 벌써 망했겠지요. 그래도 올해는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2천 원이나 껑충 뛰어 흡연자의 주머니가 더 가벼워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 담뱃값 인상으로 추가 세수 약 2조7천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지금까지 담배 산업에 이바지한 게 억울했다면 올해 담배를 발로 뻥 걷어차고 정부의 세수 계산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립시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금연 성공자들에게는 금연 성공 팁을, 금연 실패자들에게는 어떤 유혹에 넘어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물게 됐는지 들어봤습니다. 또 주변에 금연 결심자가 있다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법을 소개하고요. 다른 나라의 무시무시한 금연 광고를 실어 담배 맛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도 담았습니다. 마음 독하게 먹었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담배와 작별하십시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담배에 지배당하며 사는 내 모습이 싫었어요"-전충훈 씨(41'금연 7년 차)

흡연자여, 언제까지 담배에 지배당하고 살 것인가. 전 씨가 흡연자였을 때 담배는 갑이었고, 그는 을이었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면서 관계가 역전됐다. 금연한 지 벌써 7년, 전 씨가 담배를 지배하고 있다. 금연을 결심한 것은 7년 전 9월이었다.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술을 마시며 계속 줄담배를 피우는데 구토가 나올 정도로 속이 매스꺼웠다. 전 씨는 "웬만하면 술 마시다가 먼저 집에 안 가는데 그날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집에 먼저 갔다"며 "담배 때문에 속이 안 좋아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무는 내 모습을 보자 화가 났다. 그 자리에서 바로 담배와 라이터를 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전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3년간 함께했던 담배와 이별하자 몸이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신호를 보냈다. 금단 증상이었다. 금연 일주일 만에 몸살이 났고,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한 달쯤 지나자 온몸이 가려웠다. 그래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23년간 (담배를) 피웠으니 딱 23년간 피우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흔들렸던 순간도 있었다. 요즘은 거의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흡연자들이 계속 밖에 담배 피우러 나가니까 할 일이 없더라고요. 그때 '나도 한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흡연자 무리에 끼지 않고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페이스북(Facebook)을 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백해무익했던 애인이 떠나니 삶이 나아졌다. 담배 냄새와 가루로 어지러웠던 주머니, 책상, 차 안이 한결 깨끗해졌다. 여유도 생겼다. 전 씨는 "옛날에는 비행기, 기차 타기 전에 잽싸게 한 대 피우고 달려갔는데 이제는 여유롭다"고 말했다.

전 씨는 금연은 마음먹었을 때 바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담배를 끊는다고 하면 조종당하는 것 같고 타의적인 것 같잖아요. 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싫어서 안 피운다고 생각하세요. '이것만 피우고 내일부터 끊어야지'가 아니라 금연할 거면 지금 당장 해야 해요. 몇 초만 참으면 됩니다. 작심삼일을 3일에 한 번씩 하세요. 우리 쿨하게 담배를 지배합시다."

◆"흡연자들 설 자리가 어디 있나요?" 황정철 씨(57'금연 7년 차)

흡연자였던 아빠는 두 딸의 잔소리가 무서웠다. 방 안에서 담배 피우는 시늉만 해도 딸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공공장소에서도, 집에서도 흡연자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졌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다. 50대가 되자 '아프면 끝'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변 친구 중에서도 금연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래, 담배 끊자.'

금연은 자기 의지다. 그래도 혼자 힘으로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금연 아빠가 되고 싶었던 황 씨는 스스로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에는 젊은 사람보다 40, 50대 중년 남성들이 더 많았다. 건강의 중요성을 아는 세대다. 황 씨는 "보건소에 가니 니코틴 패치와 사탕 같은 것을 주더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변 도움을 받으니 조금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금연 7년 차, 담배 생각이 문득 나기도 한다. 하지만 담뱃값이 오르고, 금연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가 금연자로 살아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직장 동료 서른 명 중에서 흡연자는 대여섯 명밖에 안 된다. "식당, 술집, 건물 안에서 담배 못 피우지, 길가에도 재떨이 없지, 담배 피울 곳이 별로 없어요. 금연해서 좋은 점요? 자식들한테 담배 냄새 난다고 눈총 안 받아서 좋고, 귀찮게 담배 사러 안 가도 돼서 또 좋지요. 하하."

◆"담배 싫어하는 여자친구 언제까지 속여야 할지…"-김모 씨(29'금연 실패자)

김 씨는 비공식 흡연자다. 여자친구는 김 씨가 진작 담배를 끊었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는 그는 담배 냄새를 빼려고 데이트 전날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금연에 성공해 처음부터 비흡연자였던 것처럼 위장하는 '완전 범죄'를 꿈꾸고 있다.

금연 결심이 여자친구를 속인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2천원이나 치솟은 담뱃값 때문이다. 김 씨는 "생활필수품인 샴푸 가격이 갑자기 두 배 올랐다고 생각해봐라. 돈이 없으면 샴푸를 끊고 비누를 쓰든지, 물로 머리를 감든지 해야 한다. 4천500원짜리 담배를 매일 한 갑씩 사서 피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끊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도 한때 타의로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다.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지금의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 담뱃값도 아끼고, 여자친구에게 사랑도 받을 수 있어 3년간 비흡연자로 살았다. 하지만 취업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직장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딱 한 대만'이라는 생각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여자친구에게 언제 들킬지 모르는 불안한 흡연자로 살고 있다. 김 씨는 "일하다 보면 담배 피우는 타이밍이 있다. 밥 먹고 한 대 무는 '식후땡', 보고서 다 써놓고 후련하게 피우는 담배 한 개비,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씨는 올해 꼭 담배를 끊을 것이다. 귀하신 몸이 된 담배는 이미 아낌없이 다 피워버렸다. "흡연자 세계에 도는 명언이 있어요. '담배는 끊는 게 아니고 죽을 때까지 참는 거'라고요. 죽을 때까지 참아야죠."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담배 끊어야죠"-박모 씨(31'금연 실패자)

지난해 9월,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날이었다. 박 씨는 대구의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하루 한 갑씩 소비했던 담배를 확실히 끊기 위해서였다. 매주 보건소를 방문하면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껌 등 일주일 분량의 보조제를 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니코틴 패치를 거부하고 담배를 원했다. 박 씨는 "나에겐 니코틴 패치가 안 맞았다. 팔에 붙이면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안 쓰는 것보다 못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금연 결심 보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담배를 피울 때 손가락에 끼워서 빨아당기잖아요. 니코틴을 다른 방법으로 몸에 흡수해도 충족이 안 됐어요. 이 습관이 무서운 거죠." 고작 보름이었지만 박 씨는 금연의 효과를 체험했다.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났고, 낮에 졸음도 덜 쏟아졌다. 몸에서 일산화탄소가 빠져나간 결과였다.

요즘에는 주변에 흡연자를 찾기가 더 어렵다. 가톨릭 신자인 박 씨는 성당에서 자매들에게 "아직도 담배 피우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담배 냄새가 밴 옷을 던지고 싶어진다. 흡연은 중독이자 습관이다. 니코틴에 길든 몸이 담배를 원하면 손가락 사이에 자연스레 담배가 끼워진다. 박 씨는 "일하다가 잘 안 풀릴 때 담배를 입에 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 때문에 담배를 완전히 끊기 더 힘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항상 작심삼일로 끝났던 금연. 올해는 비장한 각오를 세웠다. "이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죠. 건강한 정자를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